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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한국GM ‘노심초사’…쌍용차 ‘느긋’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23 18:53

국내 5개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트럼프노믹스’에 몸 추스르기에 나섰다.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도 내심 전전긍긍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모처럼만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작년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들로선 올해 한해 시작이 예사롭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5년간 현지 시장에 투자한 21억 달러 대비 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런 계획은 뜻밖의 자리에서 나왔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1월18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 신기술 개발과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기존 생산시설에서 신차종 생산 등을 위해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현대차그룹은 "미국 신공장 건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미국 앨리바마주와 조지아주에 연간 71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계획과 트럼프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차단하는 분위기이지만, 업계는 눈치만 보던 현대차그룹이 서서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일단 계획이나 검토라는 발표로 시간 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자동차 업체로선 매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만 출시해도 공장에 수천억원씩 쏟아 부어야 하는데 향후 상황을 봐서 이를 투자라고 주장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지 않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상황도 현대차 속내와 다를 바 없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취임식을 통해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며 사실상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서막을 열었다. 2016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자동차 수출도 직격탄을 맞을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가 작년 1~11월까지 세계 각국으로 수출한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232만3000대로 집계됐다.

아직 작년 전체 수출 현황이 집계되지 않았으나 2014년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해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작년 12월 현황이 아직 집계되지 않아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12월 자동차 수출이 대폭 늘었다고 해도 전년 대비 감소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미 지역으로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작년 1~11월까지 전체 수출량 중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43%에 달한다. 북미 수출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103만2000대로 집계됐다. 7년 만에 맞닥뜨린 마이너스 성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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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산차 업체의 수출 베스트셀링모델에 오른 쉐보레 트랙스.

미국 수출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GM과 르노삼성으로선 골머리를 앓게 됐다. 한국GM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는 작년 24만351대가 수출되며 수출 베스트셀링모델에 올랐다. 이는 회사의 한 해 전체 수출량(선적기준·41만6890대) 중 57.65%나 차지한다. 해당 차량은 대부분 북미로 수출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정상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는지 예의주시하며 일단 지켜보는 상황으로 국내 업체들 모두 같은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닛산 로그를 전량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20만대 이상 수출고를 기록하며 수출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그 수출이 우리 르노삼성을 먹여 살리는 길로 생각하고 집중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로그 수출은 경영실적과 직결돼 있다. 다만 박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는 달리 말해 내수를 좀 더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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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반떼.

전문가들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불확실한 만큼 조심스런 언행을 제언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현재로선 트럼프 정책이 글로벌 밸류체인이 아니라 자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화를 풀어나가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나서기보다 한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 출신이다 보니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며 그의 공언은 일종의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현지 부품원가와 인건비 문제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고관세 정책은 차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현지 소비자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쌍용자동차는 미국의 새 정권 출범에도 느긋한 모양새다. 현지 시장에 진출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유럽, 중동 지역 쪽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에선 쌍용차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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