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40만kW급 원전 4기를 턴키로 수출한 게 2009년이니 벌써 7년이 지났다. 혹자들은 이 수출을 두고 퍼주기식 수출이니 뭐니 하며 그 가치를 폄훼하고 있지만, 그것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원전 4기를 일거에 턴키 수출한 국가는 최근 20년간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최근 10년 사이 발주된 50여기 원전은 러시아 미국 일본 프랑스가 독식했지만 어느 한 나라도 4기를 턴키로 수주한 나라는 없다. 턴키는 말 그대로 키를 넘기는 일이다. 모든 작업이 완료된 후 키만 넘겨주는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키를 넘기는 조건에 시운전부터 정비 운영은 물론이고 인력양성 등 사후서비스까지 다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관련 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건설사와 기자재공급사까지 모두 한전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B 정부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쉬운 건 개점휴업 중인 원전수출사업이다. 정부와 한전 한수원이 다각도로 포스트 아랍에미리트를 부르짖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원전수출체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처음부터 뭐가 잘 못 됐는지 역추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체계 정비와 맞물린 것이 수출 대상국을 제대로 파악해 맞춤형 전략을 투영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을 확대하거나 신설할 국가들의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아프리카는 주목해야 할 땅이다.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기저부하를 담당하기 위한 원전 도입이 절대적이다. 물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이라 인력도 재원도 인프라도 태부족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원전 수출국에서 입맛은 다시고 있지만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취약점은 정책의 불안정성이다. 에너지 정책에 가변성이 너무 많다. 어렵사리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해도 끝까지 계약이 유지될 수 있을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 중에 정부가 바뀔 수도 있어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것만 해결되면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두 번째는 인력이다. 부지 선정, 평가 조사에서 기기의 품질 검사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인허가 기관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원전을 턴키로 계약해도 건설 허가, 운영 허가를 담당하는 정부 규제기관이 마땅치 않다.
세 번째는 돈이다. 재정 능력.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는 재정 능력이 열악하다. 당연히 원전 계약은 거의 80% 이상을 원전을 짓는 쪽에서 충당한 후 전기요금으로 회수하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네 번째가 끊임없는 분쟁에 따른 안전이다. 수단이나 나이지리아처럼 지역 간의 분쟁이 빈번한 지역에서 여하히 원전을 짓고, 또 가동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다섯 번째 도로 항만 등 국가 인프라 부족도 걸림돌이다.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 설계에서부터 건설,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물론 아프리카는 아직 아니다. 시설 인프라는 고사하고 인력 인프라도 취약하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는 영원히 원전 불모지로 둬야 하나? 그렇지 않다. 현 상황은 분명히 원전을 팔기에 부족하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명으로 나오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체계를 모델로 경제성장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구소련시절 쓸모없는 얼음덩어리로 치부됐던 알라스카가 자원의 보고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모은 것처럼, 아프리카도 언제 그렇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리스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도 크다는 것이다. 당장 어찌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시기를 확정하긴 어렵지만, 아프리카도 원전 불모지에서 벗어난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