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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비행기표에 탄소세 물려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30 17:31

반기성 조선대대학원 겸임교수

[아침햇살] 비행기표에 탄소세 물려라

반기성

▲반기성 조선대대학원 겸임교수

노련한 스카이다이버가 있었다. 어느 날 스카이다이빙 수업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다. 비행기에 올라 뛰어내렸다. 그때 그는 알았다. 촬영에 신경 쓰는 바람에 낙하산을 비행기에 두고 온 것이다. 잘못된 것을 안 순간 그땐 이미 늦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금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는 환경운동가인 필리프 스콰르조니의 책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에 나오는 글이다. 스콰르조니는 기후변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인류는 너무나 무덤덤하다. 그러니 기후변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해결책을 찾기에는 너무 늦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기온상승이 계속되면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되기까지는 미세한 변화만이 서서히 진행된다. 티핑포인트란 어떤 일이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에 예기치 못한 거대한 일이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바로 그 시점을 말한다. 일단 티핑포인트가 지나면 일을 거꾸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말이다. 기후나 날씨 일을 하는 사람 아니면 미세한 기후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는 진행중이고 언제 티핑포인트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티핑포인트가 온다면 지구는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는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모두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지구 모든 국가가 이산화탄소 저감과 기온상승 2도 이내 억제를 의결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저개발국가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선진국이 기금을 내기로도 했다. 지금까지 선진국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많으니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유한 사람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이론이 나왔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5년 11월 3일 ‘탄소와 불평등 : 교토에서 파리까지’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여러 자료를 분석한 뒤 온실가스 배출도 소득 상위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절반을 내뿜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에 속하는 미국과 룩셈부르크, 싱가포르의 최상위 소득 계층이 배출하는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톤이다.

그런데 온두라스, 모잠비크, 르완다의 최하위 계층이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량은 0.1톤이다. 무려 2000배나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피케티는 말한다.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 기금에 더 많은 부담을 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흥국의 부유층 역시 부자다. 그러기에 ‘녹색기후기금(GCF)’ 조성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행기의 좌석 등급에 따라 탄소세를 매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만약 모든 비즈니스 클래스의 좌석에 180유로,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에 20유로의 세금을 물릴 경우 매년 기후변화 대응 기금이 필요로 하는 1500억 유로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왜 비행기 좌석에 탄소세를 매기자고 했을까? 비행기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2012년 세계에너지기구 통계를 보면 세계 평균배출량이 4.51톤 정도다. 서울-뉴욕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1인당 2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니까 뉴욕에 두 번만 다녀오면 세계 평균치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피케티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사람이 탄소세를 물되 더 좋은 좌석에 타는 사람은 더 많이 부담하자는 것이다. 피케티의 제안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것을 제안한 것은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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