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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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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이회성 IPCC 의장의 점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31 19:56
[본·들수첩] 이회성 IPCC 의장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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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에너지부 차장

나는 가끔 출입처 구내식당을 이용하곤 한다. 취재원과 점심을 들며 친분도 쌓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할 수 있어서다. 특히 마감에 쫓길 때는 구내식당만큼 유용한 곳도 드물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내내 기상청 복도가 떠나가라 전화 취재를 했던 기자는 출출한 배를 채우고자 지하 1층 구내식당을 찾았다.

머릿속엔 LG 트윈타워 구내식당의 저렴하고 맛난 식사가 있었다. 헌데 실망했다. 밥값 4000원이 아까웠다. 오징어는 질겼고 샐러드엔 설탕이 씹혔다. 대부분의 기상청 직원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유를 알았다. 찬을 미쳐 비우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그런데 저쪽에 이회성 IPCC 의장이 앉아 비서와 함께 식사를 했다.

IPCC 의장실이 기상청에 있지만 출장이 잦아 간만에 보는 얼굴이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건냈다. "의장님, 안녕하셨습니까? 그런데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시네요." 이 의장은 "잘 지냈어요?"하고 답하면서도 내 질문에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보냈다. 맛나게 식사하는 그의 표정과 투덜거리는 좀 전의 내 모습이 오버랩 돼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국제기구 수장직에 오른 그는 항상 고급음식만 먹을 것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직업의 귀천에 따라 먹는 음식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속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문득 그가 특정 에너지원의 지지자라고 오해한 옛날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한때 외국 석유기업에서 근무했던 그는 한국 에너지 업계를 이끌며 원자력, 가스, 태양광발전을 육성해 왔다. 한국이 처한 경제상황에 맞게 말이다.

지금은 IPCC 의장으로서 국제 조류에 맞게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불가근 불가원’을 유지해 왔는데,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나는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남들에게 항상 비싼 식사를 대접하면서도 혼자는 거친 밥알을 마다하지 않는가 보다. 정국이 혼란하다. 세상은 그래도 돌아간다. 이회성 의장 같은 원로들 덕분이 아닌가 싶다. 겸손히 나 자신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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