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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재생에너지발전과 고용, 그리고 사기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05 18:17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신재생에너지발전과 고용, 그리고 사기극

▲정범진 교수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가 있는 한 그리고 바람이 부는 한 전력이 생산된다. 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가 듣기 좋은 얘기다. 햇볕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기존 발전소는 우리가 전기를 필요로 할 때 전력을 공급하지만 신재생에너지발전은 여건이 허락될 때만 전력을 생산한다. 그래서 이를 전력용어로는 급전불응(給電不應)이라고 한다. 전력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는 발전소라는 뜻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발전은 같은 용량의 기존 발전소가 있을 때만 성립된다. 이렇게 되면 신재생에너지발전소와 기존 발전소 둘 중 하나는 가동되고 하나는 쉬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여전히 신재생에너지발전기가 가동되는 동안 연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만큼은 이득이다. 그런데 이런 이득은 기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놓고 운영인력을 유지함에 따르는 비용과 자원의 낭비를 상회할 때만 사회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코미디라고 해야 할지 사기극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재생에너지발전의 낮은 효율로 인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이 창출된다고 하는데 이는 마치 자동차 대신 인력거를 사용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한다는 식으로 들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그리 좋지 않다. 일조량도 많지 않고, 바람도 강도와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서 풍력발전에 적합하지 않다. 그 결과 생산되는 전력이 들쭉날쭉하다. 이런 발전소가 전력망에 연결돼 있으면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신재생에너지발전량이 전체 전력수요의 10% 정도를 상회하면 전기 품질을 저하시킨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발전에 따른 전력계통운영의 안정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에선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그래서 풍력발전소 이용률이 25% 가까이 나온다. 즉 전체 시간의 1/4은 돌고 있고, 3/4은 정지돼 있는데 이것이 국내 최고다. 이 말은 전력생산의 3/4을 담당하는 예비발전(Backup Generator)이 친환경적일 때 풍력발전이 친환경적이라는 말이 된다. 과연 75%를 담당하는 것을 예비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현재 탈핵을 선언하고 풍력에 의존하는 독일은 예비발전원으로 갈탄발전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결국 엄청난 이산화탄소와 공해를 배출하고 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free Island)를 선언한 제주도는 다행히도 해저케이블에 의해 육지의 전기를 50% 정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예비발전소가 문제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이산화탄소 발생을 타 지역에 전가시키며 생산된 전력만을 받아쓰면서 진정한 카본프리라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더욱 예외적인 것은 이 해저케이블의 반응 속도가 매우 빨라서 다른 지역에선 10%만 돼도 문제가 생기는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이 약 30%까지 허용된다. 문제는 이제 제주도의 풍력발전량이 30%를 초과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전력부하가 적은 시기에는 이것이 문제가 된다. 이 경우 일부 풍력발전기는 가동을 멈추도록 하여서 비율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 이하가 되도록 한다. 제주도는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450메가와트 정도가 계통수요이고 풍력운전 한계용량은 150 메가와트이다.

그런데 2015년 8월에 한 번 그리고 10월에 두 번, 풍력발전의 출력을 제어한 사례가 나타났다. 2017년 2월 현재 이미 풍력발전소 용량은 271메가와트로 한계용량의 두 배를 육박한다. 또한 지금 건설 중이거나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풍력발전소가 696메가와트이다. 얼마를 건설하든지 가동할 수 있는 것은 150메가와트인데 말이다. 공공재원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발전으로 기존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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