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 서울청사를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한미 간 통상마찰을 우려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15일 지난 현재 당초 걱정과 달리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특히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로 지난 2일 첫 방한한 매티스 미 국방부장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 양국 간의 동맹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동맹을 과시하며, 논란이 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이나 ‘방위비’ 같은 것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출범 보름밖에 안 된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미국우선주의 정책인 ‘반 이민’, ‘보호무역’ 정책 등을 내세우면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순조로운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사드배치 등의 문제가 한미동맹을 끈끈하게 엮어지면서 경제적 수혜로 돌아온다는 평가이다.
지난달 30일 황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해서 "한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좋을 것이고, 100% 한국과 함께 하겠다"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는 등 양국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껄끄러운 사안을 대화 주제로 언급하지 않고, 한미 관계를 호의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런 한미 간 우호적인 분위기 탓에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황 대행을 차기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나올 정도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 30일 오전 9시(우리 시간) 정부 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 문제 등을 논의했다.(사진=연합) |
◇ 트럼프 환율조작 中·日·獨 맹비난, 한국은 조건 되지만 빠져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중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 대국의 통화 가치를 문제 삼으며 이들 국가가 환율조작국이라고 맹비난할 때 한국을 제외시켰다. 우리나라도 사실 이들 환율조작국의 잣대로 보면 충분히 포함될 수 있지만 빠져 전략적으로 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지정 요건으로 ▲대미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반복 개입 등으로 정해두고 있다.
미국 상무국의 ‘2016년 미국 주요 적자규모’ 자료를 보면, 중국이 3656억 달러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독일 741억 달러, 일본 686억 달러, 멕시코 483억 달러, 한국 283억 달러 등의 순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미국에 적자를 안겨주는 나라 5개국에 포함된다.
또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시켜 이들 국가와 함께 이미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 있다.
더구나 중국은 현재 대미무역 흑자 요건 한 가지에만 해당되지만, 미국한테 지금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우려할 만하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 계속되는 우호적인 소식, 하지만 통상문제 넘어야 할 산 많아
최근에는 일종의 압박전술이지만 삼성의 미국공장 신설 검토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탱큐 삼성"이라고 답해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본이 "‘탱큐 삼성’은 있어도 ‘탱큐 도요타’는 없다"며 한미관계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압력을 가해 록히드마틴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공급가액을 8% 줄여 한국이 2억9800만 달러(약 3421억 원)의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이나 통상문제 등 한미관계에서 걱정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FTA 재협상 문제이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재협상되면 자동차, 가전, 철강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통상갈등도 남아있는 화약이다. 직접 우리나라를 겨냥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중국 등과 통상마찰을 빚을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걱정거리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장벽 대응을 강화한다면 한국산 제품들도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NAFTA 재협상 등 미국과 멕시코간 통상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유일호 부총리는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환율조작국 우려도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