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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일 변호사의 에너지로(Law) 71. 구역전기사업 제도 정비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14 15:47


2월9일 정관신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던 전기사업자의 변압기 사고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8만명에 육박하는 주민이 사는 아파트와 상가 등 2만 가구가 정전됐다. 정전으로 인하여 한파에도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아 주민 수만 명이 추위에 떨고 있고, 주변 도로 신호등에도 전기 공급이 중단되며 경찰이 통제에 나섰다. 정전이 발생한 직후 7건의 승강기 갇힘 사고도 발생했다.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 7시간 만에 한전의 예비선로를 연결해 전기공급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전기사업자는 민간사업자로 국내 처음으로 전기직판을 허가받은 구역전기사업자다. 구역전기사업은 수요지 인근에 열병합발전소를 설립해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하고, 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지역형 발전이다. 구역전기사업 제도는 분산형 전원의 개발을 통해 발전소 건설의 입지 난을 해소하고, 송전선로 건설비용 및 송전 손실을 절감해 전력계통의 안정 및 원활한 전력수급을 보장하기 위해 2003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도입됐다. 구역전기 사업자의 경우 전력 시장을 통하지 아니하고, 허가받은 공급구역 안에 직접 전기를 공급하고 판매하는 것이 허용된다.

구역전기사업은 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환경오염 논란과 변전소·송전탑 건립 반대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한전을 대신한 전력 공급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고 일정 부분 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정전 사고로 구역전기사업은 관리·감독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내 구역전기사업은 현재까지 10개 업체가 13곳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동 이후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 회사 등 모기업의 사업 부문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회사가 완전 자본잠식을 당해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역전기사업을 분산형 전원 대표선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마련 중이다.

최근 전기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구역전기사업자의 전력시장 전기거래 기간을 기존의 6~9월에서 3~11월로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3월부터 11월까지 발전소 가동 없이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해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여름철에만 전기를 사들여 판매할 수 있지만 이제는 봄과 가을에도 영업이 가능해 설비 가동 후 열 폐기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용량요금 지급을 위한 정책도 준비 중이다.

이와 같이 정부의 구역전기사업 지원안 마련과는 별도로 구역전기사업자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구역전기사업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위임을 받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돼있지만, 2월9일 변압기 폭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노후 케이블’은 10년간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현행 전기사업법령상 구역전기사업자의 예비변압기와 예비선로 확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구역전기사업이 현재는 어렵지만 앞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는 별도로 국민으로부터 안정적 전기공급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역전기사업자의 자체적 노력 이외에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제도의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사고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조만간 변압기와 배전설비 일제 점검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노력 외에도 예비용 변압기 확보와 예비선로 구축을 강제하는 방안 등 제도적 정비도 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구역전기 사업자에 대한 용량요금 지급제도를 신속히 도입하는 한편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해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해 구역전기사업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고, 구역전기 사업자는 발생하는 수익 중 일정 부분을 전기 안정 공급설비 구축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 구역전기사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활성화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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