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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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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남는 게 없어서 대학에 등록금 납부 제휴 안해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27 07:34

▲(자료: 각 사, 수도권 4년제)


[에너지경제신문 송정훈 기자] #. 올해 자녀를 대학교에 입학시킨 A씨는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자녀가 다니는 대학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다가 신용카드로 납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윳돈이 부족해 카드로 등록금을 내려고 했다. 그러나 대학측에서는 대학과 제휴를 맺은 카드사의 신용카드만 받고 있어 A씨의 카드로는 납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그는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자녀의 등록금을 납부했다. A씨는 "인근 슈퍼를 가도 무이자 할부가 되는데 대학에서 신용카드를 가려서 받는다는 게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는 등록금 납부 방법에 대해 국회가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도록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해 전면 허용이 시행됐지만 정작 카드업계는 대학에서 받는 수수료가 높지 않아 납부 제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 333개 대학(교육대학, 분교 포함, 전문대학교 제외) 중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삼성·현대·롯데·NH카드 등 8개 시중카드사와 등록금 납부 제휴를 맺은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이 중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의 경우 특정 카드사만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 ‘대학의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은 45%(151개교)에 불과했다. 국공립대학 48개교 중에서는 42개교가 카드 납부를 허용했지만 사립대의 경우 109개교(전체 285개교)만이 카드를 받았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고려대와 경희대, 한양대, 인하대, 단국대 등이 카드 납부를 불허했고 연세대·중앙대·성균관대·동국대·이화여대·서강대·건국대 등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는 단 1개의 카드사의 카드로만 등록금 납부를 허용했다.

이처럼 등록금으로 카드 납부가 전면 허용이 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대학들이 카드업계에 납부하는 수수료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가 대학으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1.7~2.0% 수준이다. 대학들 역시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으면 1%대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 하지만 현금으로 받으면 수수료까지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카드 결제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이 카드사에 주는 수수료가 부담돼 등록금 카드 납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등교육법이 개정됐지만 법이 강제성이 부족하고 가맹점 수수료 부담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카드납부를 꺼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이 지난 2012년 카드 가맹점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을 신설한 점도 카드업계에게는 탐탁치 않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카드업계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제공되는 재화, 용역이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공공성을 갖는 경우 수수료 비용을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국세, 지방세를 비롯한 전기·수도·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과 주유·대중교통 등의 항목에 한해 예외적으로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의 경우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불허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대학이 교육의 의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공공성이 높다며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대학 등록금의 카드 수수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학에 적용되고 있는 수수료는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학이 카드 수수료를 올리면 등록금을 인상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정작 카드사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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