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1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송정훈 기자

songhddn@ekn.kr

송정훈 기자기자 기사모음




정권마다 바뀌는 금융감독체제·정책 비전…이대론 안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27 07:31


[에너지경제신문 송정훈 기자] 금융감독체제와 정책비전이 정권마다 바뀌면서 금융권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정권마다 금융정책·감독기능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감원 등으로 정권마다 체제를 개편해왔다. 또 동북아 금융허브, 녹색금융, 창조·기술 금융 등 정책비전도 5년만기 ‘떴다방’이었다. 대통령 임기만 버티자는 금융권 보신주의가 나오는 이유다.

단기적인 금융성장론 남발을 멈추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안정적 조직체제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 금융감독체제 정권마다 개편

2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를 해체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한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 내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8년 3월 출범한 금융위는 옛 금융감독위의 감독정책기능과 옛 재정경제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한 것이다. 실제 정부부처인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수립하고 금융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며 금융감독원을 지도·감독한다. 민간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은 이런 금융위의 정책방향에 따라 감독과 검사 업무를 실제 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개편안에 대해 금융위가 지나치게 비대화된다며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의 분리를 주장해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기본적으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며 "감독을 하는 당국이 금융산업정책까지 가지면 엑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금융감독과 정책기능을 분리하는 게 맞다고 해도 정권마다 시스템이 개편돼 관계부처는 물론 시장에 혼란만 주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5년마다 조직을 바꿔 왔다"며 "무조건 바꾸는 것보다 경제·예산·세제·금융정책 등의 구성 방법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1994년 김영삼정부에서 재정경제원이 신설되면서 금융정책을 총괄했다. 그러다 김대정정부 출범 후 국·내외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가 맡았다. 금융감독 총괄과 심의·의결 기능은 금융감독위에, 감독집행은 금감원에 각각 이관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정부까지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기획재정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과 감독기능을 합해 금융위가 신설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인수위원회에선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정책 기능을 금융위로 옮겨 국내외 금융정책 총괄 컨트롤타워를 두려고 했지만 기재부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 난무하는 5년짜리 금융정책비전

감독체제만이 정권마다 바뀐게 아니다. 정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금융성장 전략도 문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나왔다. 한국을 도쿄, 홍콩에 이어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시킨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본부를 서울 여의도에 유치하는 등 야심찬 정책이 진행됐다. 그러나 정권은 길어야 5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계획은 흐지부지됐고 현재 서울에 유치한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본부는 단 한곳도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금융을 표방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나 에너지절감·친환경 생산업체에 금융을 지원해주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종료와 함께 녹색금융도 사라졌다.

실제 녹색금융펀드의 수익률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9년 58.6%를 정점으로 이듬해에는 25.0%로 반토막 났고 2011년에는 -21.6%로 급락했다. 지난 2013년부터 수익률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을 통한 창조금융·경제 활성화도 지난해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추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장 집권시기만 고려하지 말고 30년 이상 중장기적 금융혁신 플랜을 지금부터라도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통령이나 금융당국 수장 모두 자신의 임기안에 금융성장 업적을 세워야 한다는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며 "한 정권에서 다 하려 하지 말고 한 정권에서 장기플랜과 토대를 구축하고 10여년 후 차차기 정권에서 개혁의 과실을 얻으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북아 허브는 한국금융의 위상 제고를 위한 목표로 두고, 방법론으로 핀테크, 녹색금융 등 기술·기업금융의 다양한 분야를 활성화하는 종합적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재무부는 20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고 유렵도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처럼 정권마다 금융감독시스템을 개편하지 않는다"며 "안정된 금융정책컨트롤타워와 감독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