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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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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에 중동산 비싸지자…러 원유 10년 만에 첫 한국 수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27 09:54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오는 4월부터 러시아산 우랄유가 1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수입된다. 우랄유는 러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수출원유다. 이 제품은 통상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아시아 지역으로 수입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으로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서 경제성을 갖게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민간석유기업 루크오일과 한국 정유기업 SK 이노베이션이 약 100만 배럴의 우랄유 도입 선물계약을 체결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원래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는 극동지역 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원유(사할린 1 사업의 소콜 원유, 사할린 2 사업의 비트야즈 원유) 혹은 동시베리아에서 생산돼 ESPO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ESPO 원유이며, 한국도 이러한 유종을 수입해 왔다.

우랄유는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서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아시아 지역으로의 공급은 복잡하고 물류비용이 높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구매하지 않았다. ESPO 원유나 사할린 원유에 비해 품질도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에너지 애스팩츠의 네빈 나 전문가는 "우랄유가 오만산 원유나 UAE의 어퍼 자쿰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비교했을 때 일반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아시아로 공급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랄유를 아시아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에즈맥스급(원유 적재량 약 100만 배럴)이나 중소형 유조선을 사용하는데, 대형 유조선(VLCC, 원유 적재량 약 200만 배럴)으로 운반되는 중동산 원유와 경쟁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는 "OPEC과 비OPEC 일부 산유국 간 감산 합의에 따라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중동산 원유 공급가격이 상승해 러시아 우랄유의 대아시아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하면서 "우랄유의 대아시아 공급은 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가 세계 석유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SK 이노베이션은 아시아 지역에서 두바이유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러시아 우랄유 도입이 중동산 원유 도입에 비해 경제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고르 위슈코프 러시아 국가에너지안보기금의 수석 전문가는 "유럽 시장으로 주로 공급되던 우랄유의 한국 공급은 러시아가 원유 거래부문에서 서방에서 동방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OPEC 회원국은 산유량 감축 의무 이행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원유 추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없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으로의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대아시아 원유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미 아시아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유럽이 아닌 아시아 지역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3년 전에는 러시아가 대중국 원유 공급국 3위를 차지했지만, 2016년에는 사우디를 제치고 1위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으로의 공급 물량을 점차 줄이는 대신 중국으로의 공급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2016년에 카자흐스탄을 통해 중국으로 700만 톤의 원유를 공급했지만 올해 100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가 중국으로 공급할 물량을 동시베리아산 원유가 아닌 서시베리아산 원유를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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