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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기상연구 질적성장 ‘걸림돌’, 평가 잣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03 16:32

김종석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

[EE칼럼] 기상연구 질적성장 ‘걸림돌’, 평가 잣대 

김종석 원장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국내 5개 대학이 작년 3월 과학 연구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량적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5개 대학이 정부의 연구자 평가 방식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것은 현재의 평가 시스템이 연구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 평가를 통해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단기간 내 실적을 요구하는 정부의 평가 시스템으로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투자비가 총 65조 9594억원으로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23%로 세계 1위 수준이며, 환율을 적용해도 세계 6위 수준이다(2015년 기준). 기상청 출연사업인 ‘기상See-At기술개발사업’ 역시 2014년까지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비가 증가해 2016년까지 기 투자된 금액은 2085억원에 달한다. 특히 2014년에는 185건의 과학기술논문 인용지수(SCI) 성과를 도출하는 등 1억2700만원 당 SCI 1편의 연구성과를 보였다. 이런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SCI의 정성적 수치인 mrnIF(표준화된 순위보정 영향력지수(mrnIF) 역시 66.90으로 꾸준히 향상된 수치를 보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공개한 ‘2015년도 과학기술 혁신역량 평가’ 결과에 따르면 종합지수는 OECD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질적 성과라 할 기업 간 기술 협력, 과학인용색인 논문 피인용도, R&D 투자 대비 기술 수출 등은 20위권 밖이다. 지난 30년간 논문의 양과 대학 평가순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정성평가의 지표로 볼 수 있는 피인용도는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으로 그동안 연구현장이 정부가 평가하는 정량적 평가지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량지표를 쉽게 채울 수 있는 인기 있는 연구에만 집중해 우리 과학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에 2016년 12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연구자 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과제평가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 과제평가 표준지침’을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표준지침은 소액 기초과제 중간·최종평가 면제, 보고서 분량 축소 등 연구자 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평가위원제 도입, 충분한 검토시간 제공 등 평가위원 전문성 제고 내용이 담겼다. 또한 논문 건수 지표 원칙적 폐지 등 질적 성과 중심의 정성평가를 강화하고, 창의성·도전성·성과 활용에 중심을 두는 등 연구과제별 특성을 고려해 평가 주안점을 제시했다.

최근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 기상 분야 연구 성과가 게재되는 등 질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 성과는 미흡하다. 또한 기상청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실시하는 사업 성과지표와 과제 평가지표가 달라 연구자와 전문기관 모두 성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이제 기상 분야도 연구 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서 연구성과의 질적 성장과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수 성과 창출을 위한 질적 지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정성적 평가를 강화하고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또한 연구의 연속성 및 성과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우수 과제의 후속 지원 절차 마련 등을 통해 더욱 효율적인 연구관리를 수행하고 양질의 우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기상연구의 질적 성장은 한국기상산업진흥원만의 몫이 아니다. 연구의 질적 성과인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무엇보다 산업에 적용 가능한 연구를 위해 연구자, 학교, 기업, 정부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즉,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정부와 기업의 매칭펀드 지원으로 기업과 국민에게 유용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연구시스템 및 평가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기상연구 질적 성장을 위해 제도를 점검하고 정책이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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