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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테슬라 전력-자동차회사 와해 ‘전위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08 18:52

박승용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장

[EE칼럼] 테슬라 전력-자동차회사 와해 ‘전위대’

박승용_1

▲박승용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장


한국에서도 이제 유명인이 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인 토니 세바를 2015년 7월 샌프란시스코의 인터솔라에서 처음 접했다. 그가 기조연설에서 말한 내용은 충격이 컸다. 실리콘밸리는 혁신기술을 개발해 기존 산업을 와해시킨 경험이 있는데, 다음 차례는 전력회사와 자동차회사라는 것이다. 그 시기는 지금부터 15년 뒤인 2030년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예측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태양광, ESS, EV 및 AV인데, 테슬라가 이런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바 교수는 작년 11월 한국전력에서 BIXPO를 개최했을 때도 기조연사로 와서 같은 내용을 말했는데, 달라진 점은 2030년이 좀 더 당겨지고 전력회사보다 자동차 회사를 먼저 거론한 대목이다. 태양광발전이 발전해온 역사를 그는 조명했다. 1970년 와트당 100달러이던 태양광 패널가격은 2013년 65센트로 무려 154분의 1로 떨어진 반면 원유는 배럴당 3.18 달러에서 110 달러 정도로 상승하며 35배가 됐다. 태양광이 5355배나 원가를 개선한 것이다(물론 요새는 40달러 정도이니 1947배다). 태양광 패널 값의 하락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티은행은 2020년 35센트로 예측을 했다.

또한 태양광발전 설치 용량은 2000년 1.4기가와트에서 2013년 141기가와트로 성장했다. 연평균 복합성장률은 43%이다. 이런 속도로 설치가 증가하면 2030년은 56.7테라와트가 된다. 이를 기저부하로 환산하면 18.9테라와트가 되며 2030년의 전 세계 에너지 수요량을 16.9테라와트로 예측되고 있어 결국 모든 에너지를 태양에너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태양광은 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사업이 아니라 원가가 싸서 타 발전원들과 전쟁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전기차에 탑재되기 시작한 배터리가 전력저장에 사용되면서 충격은 배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발전원에 비해 출력이 설치용량의 90%부터 0%까지 변동하기 때문에 기저발전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력 저장장치를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배터리의 가격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0%나 떨어졌고 이런 추세는 테슬라 등 많은 전지 제조회사들이 참여함으로써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더해 전통적인 대규모 발전과 대규모 송전이라는 패러다임이 태양광과 배터리가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마치 70년대에 컴퓨팅이 메인 프레임을 갖고 있는 일부 정부 기관과 대기업의 전유물이었으나, 80년대 PC 혁명과 이제는 모바일 컴퓨팅의 혁명으로 인해 개인이 컴퓨팅 주체가 된 것과 같이 지금 전력회사에 의해 생산되는 전기에너지를 미래에는 가정마다 생산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이런 예측이 적중한다면 8조 달러에 해당하는 전력산업은 근원적으로 와해되고 기존 강자였던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의해 밀려나듯이, 기존 전력회사와 제조회사들은 테슬라 등 새로운 회사들로 대체될 것이다. 이런 예측에 점점 더 많은 전문가와 기관들이 동의를 하고 있는데 석유시대를 이끌던 사우디의 전 석유부 장관이 그 중 하나이고, 워렌 버핏도 태양광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으로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에너지신산업 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핵심적인 요소인 태양광이 대단히 미약하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꼴찌 수준이다. 화석연료,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는 이 패러다임이 계속되기를 기도하는 사이 세상은 변해서 또 후발주자의 서러움을 겪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ESS를 육성하는 것은 대단히 잘한 결정이지만 신재생이 없는데 ESS를 적극 육성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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