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그동안 국가예산으로 커버하지 못해 기업이 담당한 메세나(mecenat)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 메세나의 위축 현상은 우리 사회의 상생파트너를 만드는 중요한 영역이 사라져 결국에는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문화예술이나 비 인기종목들에 대한 지원 육성에 대해 국가적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문을 협치의 한 부문으로 기업 메세나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것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문화재단은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만드는 절차의 과정 중에 하나인데 이것을 싸잡아 비난하며 범죄적 시각으로 몰고 가면, 누가 기업에서 돈을 내고 문화융성을 하겠는가?"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결국 우리 사회는 한번은 아파봐야 소중한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조교수는 "기업입장에서 볼 때 재단출연은 쉬운 일이 아닌데, 뭐든지 주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시간이 지나 안정이 되면, 최근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복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도 "기업과 사회 간에 수많은 연결고리가 만들어져서 하나의 거대한 사회통합과 협치를 만들어 낸다"며 "지금은 기업 특히 재계 입장에서는 향후 몇 년 동안의 메세나는 전무할 가능성이 높고, 또 사회통합의 연결고리도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 실장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사회통합이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전체가 삭막해질 수 있다"며 "이번기회로 기업 메세나가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준과 그것이 부당함에 대한 경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 실장은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가치는 도덕성에서 사회공헌으로, 단기가치에서 장기가치로 바뀌고 있다"며 "기업의 장기가치의 중요한 고리가 기업 메세나인데 우리나라는 여론재판씩 기업평가로 본래의 순수한 기능을 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물에 빠진 공을 쳐내고 있다. 당시 박세리 선수의 활약은 IMF 위기로 상심에 젖어있던 국민들에게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깨워진 스포츠계의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박세리의 뒤에는 삼성의 메세나가 있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 관계자는 "가뜩이나 김영란법으로 기업 메세나가 위축된 상태인데 최순실 사태로 더욱 분위기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며 "전반적인 조사는 연 단위 조사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봐야겠지만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이 아무래도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의 경우 기업 메세나 활동은 다른 기업들과 비해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미래전략실 해체나 홍라희 삼성미술관장 사임으로 인해 사실상 올 스톱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은 기업 세메나를 통해 골프 불모지에서 박세리라는 보물을 만들어, 외환위기로 시름에 차 있던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또 마라토너 이봉주을 키워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탁구선수 유승민을 발굴했다. 이 외에도 국내 관현악단 오페라 등에 지원하거나 외국의 유명한 악단들을 초청, 공연하는 일을 했고, 리움 미술관 등 삼성 미술관에 외국의 각종 중요한 작품을 전시, 기획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메세나 활동을 해온 바 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 같은 기업 메세나가 앞으로 상당부문 사라지거나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