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5일(현지시간) 현재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리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가 15일(현지시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다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수 년간 지속된 글로벌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신흥국에 유입됐던 7000조원의 자금이 본격적인 ‘엑소더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연준은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8년여 만에 1%대로 올라섰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해왔지만, 2015년 12월 금리를 인상한 후 이날까지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다.
특히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매년 세 차례씩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해 2019년 말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3%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확실해지면서 글로벌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토대로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25개 신흥국의 자금현황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5년간 총 6조2000억달러(한화 약 7000조원)가 이들 국가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푼 돈(2조5000억달러, 약 2850조원)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이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선 만큼 7000조원의 신흥국 유입자금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필두로 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통화긴축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 우려는 심화되고 있다.
일본이 하반기부터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다 유로존 역시 최근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ECB가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인민은행도 16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해 시중에 단기자금을 공급하는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의 금리를 일제히 1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1.25%)와는 불과 0.2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환율상승의 압력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1344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등의 부담으로 인해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 조치는 한은에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시중금리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8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 만큼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한계가구의 이자비용은 18%(약 136만원)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급격한 외화유출도 걱정거리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사상 최대 순유출(12조342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국과 금리 차이가 있지만 향후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국내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향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유럽 주요국 선거, 브렉시트 협상 전개 상황 등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로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