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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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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 요란한 美中日 순방 목표는 ‘탈석유 개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17 16:01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요란한 미국·중국·일본 순방 외교를 가동하며 침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모멘텀 찾기에 나섰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거의 동시에 아시아 순방과 워싱턴 방문에 나선 것은 전례 없는 것으로, 야심 찬 경제 외교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신들은 사우디가 석유 의존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자국산 원유의 3대 수입국인 미·일·중의 투자를 유치하는 게 이번 순방 외교의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해외에서 새로운 경제협력 기회를 찾기 위해 대규모 순방 외교에 나섰다며, 특히 미·일·중 3국에 대해 사우디와 통상관계를 확대하도록 설득하는 게 순방의 주목적이라고 보도했다.

1000여 명의 매머드 사절단을 이끌고 한 달간 아시아 순방에 나선 살만 국왕은 지난 15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650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살만 국왕은 중국-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우리는 자국의 이익에만 신경 쓰지 않고 우리와 협력하는 국가들의 이익도 존중한다"고 말한 것으로 사우디 관영 SPA 통신이 전했다.

살만 국왕은 전 방문국인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사우디에 일본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일·사우디 비전 2030’에 합의했다.

살만 국왕의 아시아 순방은 변덕스러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따라 정치·통상 분야 동맹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살만 국왕이 중국을 방문하는 기간에 31세의 실세 왕자인 모하메드 빈살만 부왕세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지도자들을 만나 경협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국방장관을 겸하는 그는 미국 에너지, 산업, 인프라, 기술 및 일자리 창출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경제협력 4개년 공동계획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투자 합의로 미국에 10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빈살만 부왕세자의 미국 방문 계획에는 미·사우디 자유무역협정 창설 안도 들어있다. 홍해 안에 미국 기업들을 위한 자유무역지대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부펀드를 통한 해외 투자도 사우디 정부의 경제구조 다변화 전략에 포함돼 있다.

사우디 정부는 2014년부터 계속된 저유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개혁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지난해 도입했다. 석유에 절대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경제개혁 청사진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외국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저유가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에도 지난해 석유 수입은 사우디 정부 세입의 약 62%를 차지했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외 세입원을 창출하고 민간 분야의 성장을 가속하는데 정책 역점을 두고 있다.

사우디 정부 경제자문을 지낸 스위스 제네바의 걸프연구센터 존 스파키아나키스 소장은 "사우디로선 석유 한 가지지만 생산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해외 기업인들에게 자국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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