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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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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국책은행까지 번진 공공기관의 조기대선 눈치보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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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팀장 윤성필 기자


"탄핵 때문에 우리까지 왜 피해를 입느냐?"

얼마 전 기자를 만난 한 중견사업가가 대선을 앞둔 공공기관의 극심한 눈치 보기 사례를 들며 쏟아낸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짓고 있는 공장 건설과 관련해 기계 설비 구입 자금 등을 모 국책은행으로부터 모든 심사를 거쳐 대출을 받기로 하고 기계설비업체에 납품일자까지 정해놨는데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지난 3월 10일 은행에서 갑자기 진행 중이던 모든 대출 작업을 중지해 황당했다는 것이다.

당장 공장을 돌리지 않으면 종업원들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태라 은행창구에 달려가 항의를 해봤지만 "당분간 대출작업은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하도사정을 하니 보다 못한 옆에 직원이 귓속말로 "여기 회장은 정부가 임명하는데 대선 끝날 때 까지 웬만한 대출은 안 될 것 같다"며 "어딜 가든 다 마찬가지이고, 우리도 웬만한 일은 아예 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조기대선이 시작하자 웬만한 공공기관들의 눈치 보기가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다. 지금 공공기관들은 마치 대선이후 막 인수위가 들어설 때 분위기와 똑 같다.

하나같이 전부 몸 사리기로 들어가 웬만한 일은 아예 벌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은 그냥 안하는 것이 맞다’라는 인식이 공공기관에 퍼져있다.

현재 국책은행을 비롯해서 공공기관장들의 인사는 대부분 11~12월이나 1~2월에 집중되어 있다. 임기도 2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공공기관장들은 취임 1년을 갓 넘겼거나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탄핵 변수로 조기대선이 치뤄져 당장 자리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대통령선거가 시작돼도 공공기관 전체가 극도의 몸 사리기에 들어가는데 중간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바뀔 상황이니 모두들 숨죽여 꼼짝도 안하는 것이다.

사실 국책은행이면 여타 공공기관에 비해 정권의 입김이 떨어지는 곳인데도 이 정도이니 대선을 앞둔 중앙부처의 눈치 보기는 더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눈치보기 피해는 일반 국민들한테 그대로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중견사업가는 평소 같으면 정상적인 대출에, 정상적인 사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장을 완성도 못하고, 대선 끝날 때 까지 다른 곳에 돈 빌린 이자내기도 벅찬 상태로 내 몰리는 것은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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