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알뜰주유소의 유류공급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1년 사업자 선정 이후 벌써 4차례 연속 선정됐다. 햇수로는 6년째다. 올해 8월 계약 만료를 앞둬 현대오일뱅크가 또 사업을 따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전국 주유소 중 10%에 이르러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8월31일 알뜰주유소 1부 시장 중부권 공급사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무려 4차례에 걸친 사업자 선정에서 모두 1부 중부권역 사업을 따냈다. 남부권역은 GS칼텍스가 2차례, 에쓰오일(S-Oil)과 SK에너지가 각각 한 번씩 사업자로 참여했다. 현대오일뱅크가 4차례나 중부권 사업을 독식할 수 있던 데는 수송비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울산에 공장을 둔 SK에너지, 에쓰오일이나 전남 여수에 정유시설을 보유한 GS칼텍스는 중부권을 책임지기에는 수송비에 드는 출혈이 크다. 수송비를 추가하면서까지 정부가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대산에 하루 39만 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갖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5차년도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 입찰 절차는 오는 6월 시작될 전망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올해 7월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6월 중에 공고가 나와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간이나 물량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마다 계약기간과 공급물량은 달라질 수 있지만, 기간은 2년보다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4차년도 사업에서 처음으로 공급계약을 2년으로 늘렸다. 이전까지 진행한 계약기간은 모두 1년 남짓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늘리면 물량 결집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은 1부와 2부 시장으로 나뉜다. 1부 시장은 농협중앙회의 NH-오일과 고속도로 ex-오일 등에 저가의 석유제품을 공급한다. 국내 석유제품 생산시설이 있는 정유사 등 유류공급사가 입찰 대상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3종의 유류를 직접 알뜰주유소에 공급·배송한다. 사실상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그들만의 리그다.
1부 시장은 다시 중부권(경기, 강원, 충청), 남부권(영남, 호남) 등 지역별로 나뉜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전체 주유소는 1만2010개로, 알뜰주유소는 1168개에 달해 10% 남짓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부 시장은 석유공사가 직접 휘발유와 경유를 현물로 대량 구매해 알뜰주유소에 배송하는 사업으로 현물을 공급해줄 정유사나 유류 수입사를 찾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수년간 안정적인 물량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내수시장 점유율도 늘려왔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되기 이전인 2011년 정유사별 평균 점유율은 SK에너지는 34.8%, GS칼텍스는 27.3%, 현대오일뱅크 20.4%, 에쓰오일 15.2% 순이다. SK에너지가 압도적이고, 나머지 2~4위도 비교적 큰 폭의 격차를 나타냈다. 헌데 다음해인 2012년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22.2%까지 치솟았다. 작년 3분기 기준 21.5%로 소폭 하락했지만, 2014년과 2015년 한때 2위인 GS칼텍스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당시 두 업체의 점유율 격차는 2%p(포인트)에 불과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은 점유율적인 부문보다는 안정적인 수급처와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점유율 확대 효과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사실 농협이 처음으로 주관한 알뜰주유소 기름 공급 입찰은 초기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2011년에는 2차례나 유찰됐다. 당시 3차 입찰 끝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정유사 관계자는 당시상황을 떠올리며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인데 입찰에 나서야지, 미운 털 박힐 일 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