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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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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도전' 도시바메모리 M&A 승부수 던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29 16:13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부문 인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 참여는 반도체 사업을 키워가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낮 12시 도시바메모리 1차 입찰 제안서를 마감한 후 30일 임시 주총을 거쳐 4월 1일 메모리 사업을 분사한다. 도시바는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SK하이닉스는 박성욱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인수전 참여를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등 인수전 참가를 위한 막바지 채비를 마치고 예비 입찰 제안서를 도시바 측에 이날 접수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손자 회사이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SK텔레콤을 대표해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를 맡은 박 사장 이번 인수전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장은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일뿐만 아니라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 등기이사로 재임했고 올해부터 SK텔레콤 사장, SK하이닉스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았다.

SK하이닉스의 입찰 제안서에는 일본 금융회사,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가(FI)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가 없다"면서 "예비입찰 제안서 제출이므로 별도의 공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FI들과 손을 잡은 것은 2조엔(약 20조1130억원) 규모의 도시바 반도체 사업을 단독 인수하는데 따른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와 여론의 반발을 희석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당초 대만 훙하이그룹과 공동 응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기술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거부감이 커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일본 정부가 중국·대만 업체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만큼 홍하이 대신 일본 현지 업체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일본에서 견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를 풀어야 할 숙제라고 IT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시바는 미국 업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일본 매체인 현대비즈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바를 애플 같은 미국 기업에 넘기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도시바 고위 관계자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이 더 적합한 입찰자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


일각에선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의 자금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도시바메모리 인수 레이스에 뛰어든 유력 후보 모두 단독으로 인수할 수 없는 만큼 전략적 투자자(SI), FI 유치를 통해 해소시킬 수 있다고 IT업계는 추정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얻을 것이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시바메모리 설비 실사를 통해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자체 투자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D 낸드에서 도시바 보다 기술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3D 낸드 부문에선 삼성전자 이외에 나머지 업체들의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인수전에서 실패해도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현지에서 언급되고 있는 도시바메모리의 인수조건을 능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 인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승리의 저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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