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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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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법원 출석하는 길 '침묵' 일관.... 영장심사 법원앞 찬반세력 집회 열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30 17:35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으러 가는 길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온 시간은 오전 10시9분이었다. 자유한국당 최경환·조원진 의원, 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 측근들 쪽으로 가볍게 목례한 박 전 대통령은 말없이 에쿠스 리무진 차량에 탑승했다.

자택에서 대로로 빠지는 골목 양쪽에서는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고영태를 잡아라" 등 함성을 질렀다. 경호원들은 큰길에 도착할 때까지 차량 옆에 붙어 주위를 살피며 잰걸음으로 경호를 계속했다.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도중 일부 지지자가 경찰이 설치한 펜스를 들어낸 뒤 차량에 다가가려고 시도해 이동이 잠시 지체되기도 했다.

경호차량과 경찰 사이드카가 앞뒤를 호위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탄 리무진은 봉은사로에 올라탄 뒤 선정릉역을 거쳐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직진했다.

이어 반포IC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서울성모병원 사거리를 지나 유턴한 뒤 성모병원 사거리로 돌아와 법원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반포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차량은 서울중앙지검 서문으로 진입, 검찰청 앞 도로를 지나 바로 동쪽 서울중앙지법 앞에 오전 10시20분 도착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출발해 법원 앞에 닿기까지는 11분 걸렸다. 이동거리는 약 6㎞로 앞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는 남쪽에 있는 테헤란로를 이용했고, 약 5.5㎞를 8분간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번 출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한가’ ‘뇌물혐의 인정하나’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등 취재진 ‘질문에 답변 없이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영장심사가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앞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찬성(왼쪽)과 반대집회가 동시에 열려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앞에 있던 지지자들은 이날 서초동 법원 앞으로 몰려오면서, 오후 2시를 기점으로 25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대통령을 사저로", "영장 기각"을 외치고 있으며 탄핵 무효는 물론 청와대 복귀까지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던 지난 21일 열렸던 집회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구속 영장이 청구됐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피의자 심문을 받는 만큼, 지지자들 분위기는 검찰 소환 때보다 한층 심각하고,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보수단체들은 자정까지 집회가 이어졌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는 이들의 집회도 동시에 열렸다.

촛불 집회를 주최한 퇴진 행동 측은 이날 낮 10시 서초동 법원 삼거리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와 문화예술인 ‘블랙 리스트’는 직권 남용을 넘어 민주주의를 부정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구속을 촉구했다.

앞서 노동당도 같은 장소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구속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바라는 ‘만인 선언’에 3만2000명이 직접 서명했다면서, 그 이름이 빼곡히 적힌 플래카드 걸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좁은 장소에 많은 인원이 모여있는 만큼 충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법원 인근에 차 벽을 둘렀고, 촘촘하게 줄지어 서서 주변을 경계했다. 특히 경찰은 서초동 인근에 24개 중대, 19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었다.

법원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량은 별관 정문쪽으로만 들어갈 수 있게 하고 다른 문들은 모두 통제했다. 직원 출입증이 없는 보행자는 아예 들어갈 수 없게 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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