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문제는 결국 ‘돈’이야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5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듯하다. 29일 민주당의 충청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47.8%를 획득함으로써 안방에서 역전의 기회를 노리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를 꺾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확실시되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대선 구도와 관련 "좌파 2명, 중도 1명, 우파 1명 정도의 4자 구도가 될 것"이라며 "박빙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지사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좌파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중도 후보, 그리고 자신을 우파 후보라고 규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아예 대선 구도에서 빼버린 점이다. 유승민 후보의 거듭되는 친박 청산 주장에 홍 지사는 "대선에는 지겟작대기도 필요한 것인데 ‘뺄셈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유 후보를 겨냥해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게 TK(대구경북) 정서"라고 반박한 것이다. 물론 그 속내에는 ‘다자 대결’ 구도 속에서 ‘좌우 대결’로 이끌어가면 범보수층이 자신을 지지해서 우파, 즉 홍 지사 자신이 승리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한편 치열한 경선을 치르는 민주당 내부는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사이의 설전도 대선판의 양념으로 손색이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타이어’ 역할론으로 뜨겁다. 민주당 측에서 안철수 후보를 ‘보조 타이어로’ 깎아내리자 국민의당 측에서 문재인 후보를 ‘펑크난 타이어’로 비유한 데 이어 안철수 후보가 직접 ‘폐타이어’라고 규정하는 독설을 날린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사이에도 뜬금없는 설전이 벌어졌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자강론(自强論)을 펴는 안철수 후보가 승리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3수(修)’를 대비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다. 국민의당 측은 즉각 심상정 후보를 ‘무정란’에 비유해 반격했다.
이런 가운데 순교(殉敎)까지 언급하며 "패권 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회동을 통해 공동 정부 구성을 목표로 한 대선 연대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는 그동안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물밑에서 연대에 관해 많은 논의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표의 동교동계, 김 고문의 상도동계가 통합 연대를 통해 ‘역사성’과 ‘정통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하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연대한다면 안철수 후보의 주요 지지 기반인 호남이 반발할 것이며, 유승민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양보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를 날린다. 아무튼 시간은 촉박한데, 모두가 만족하는 단일화 방안이 없기 때문에 ‘반문(反文) 연대’는 뜨거운 감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점을 정치권이 간과하고 있다. 경제를 정치의 부산물쯤으로 여기는 대선후보들에게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대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509억 9400만원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율을 얻은 후보만 선거비용을 전액 돌려받는다. 10∼15%를 얻으면 절반을 받는다.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은 막대한 선거비용을 금융기관에서 차용하거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번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형편에 대출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면 대출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는 4월18일 직전에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결국 가장 강력한 단일화 해결책은 ‘돈’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