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거래소의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톤당 2만500원(3월27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량 급등했다.
이를 두고 개점휴업 상태였던 배출권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여기에는 기업별로 공급된 배출권이 시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는 속사정이 숨어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 비준 무효화 방침을 발표하는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외치며 배출권 거래제도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정부만 온실가스 감축을 계획대로 고수함에 따라 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인데도 우리나라만 지나치게 엄격하게 시행, 국내 산업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가격은 EU(유럽연합)의 3배, 중국 광동시의 9배 이상으로 대다수 국가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도입시부터 삐거덕 거렸다. 제도의 근거법인 녹색성장기본법은 이미 2012년 5월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5월14일 관련법이 공포돼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포 후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무리한 추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시행을 2년이나 늦춘 바 있다. 법 시행 전 중간과정에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전경련 등 산업계는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이 설비 신·증설 등 산업 성장이 고려되지 않고 과도한 감축 부담만 전가시켜 산업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2009년 작성한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배출총량을 설정한 탓에 감축목표와 실제 배출량과는 큰 격차가 나서 기업의 경영활동 자체를 막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도 내놓았다. 이렇게 산업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 1월 시행된 제1차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금년 말이면 만료된다.
그러나 환경부가 올해초 발표한 ‘제2차(2018∼2020년) 배출권거래제 기본 계획안’ 역시 우리 기업들의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자칫 기업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제2차 계획안이 산업계의 일부 의견을 반영해 해외공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국내 기업에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고, 친환경시설 투자기업에 배출권 할당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은 포함하고 있는 것은 다소 고무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는 국제사회의 대승적 합의에 대해 정부가 준수하겠다는 방향과 의지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명분만 쫓다가 실리를 찾지 못하는 수가 생길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를 틀어막는데 힘쓰기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료전지와 풍력, 그리고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을 비롯해 친환경 자동차와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등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친환경 기업을 육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산업부가 올해 에너지신산업 투자에 13조8000억원을 투입, 관련 산업 R&D(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 예산의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것이야말로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기업에도 부담을 덜어주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일 것이다.
2018년부터 시행될 제2차 배출권 거래제도는 근원적인 시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 온실가스 감축 규제와 더불어 환경도 살리고 우리 기업도 웃게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