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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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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샐러던트’ 열풍…기술마이스터 지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04 20:50

▲박재근 삼성SDI 과장(기술마이스터)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샐러던트. 회사원을 의미하는 샐러리맨과 학생을 의미하는 스튜던트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회사원’을 의미한다. 최근 삼성SDI에선 샐러던트 붐이 일고 있다. 2013년부터 ‘삼성SDI 기술마이스터’ 제도를 도입해 업무 전문성 배양과 자발적인 학습문화 정착을 독려한 결과다. 기술마이스터란 기능장 3개 혹은 기능장 2개와 기사 1개를 취득한 임직원에게 수여되는 명칭이다.

기술마이스터가 되면 자격수당과 승격가점이 주어지며, 기술마이스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기능장 하나를 취득하는데 보통 1년 이상 걸리는데, 3개를 취득하려면 2~3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SDI는 2015년까지 구미와 청주사업장에서만 진행하던 기능마스터 제도를 작년부터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했으며, 대상 직군도 기존 제조-설비-품질-인프라 부문에 안전환경 부문을 추가했다. 현재는 기능마스터 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기술마이스터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총 36명의 기술마이스터가 탄생했다.

36명의 기술마이스터 중 박재근 과장은 52세라는 최고령 나이에 기술마이스터가 됐다. 고교를 졸업 한지 33년 만에 공부를 시작한 그는 배관기능장, 에너지관리기능장, 산업안전기사를 취득해 기술마이스터 반열에 놀랐다. 그는 공부를 시작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집중’으로 꼽았다. 오랜만에 책상에 장시간 앉아 공부하는 게 여간 스트레스 받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박 과장은 그럴 때마다 취미생활로 수집해온 10여개의 종에 의지했다고 한다. 집중이 잘 안되거나 암기가 안될 때면 짜증나기 마련인데, 영롱하고 그윽한 종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제가 암기력이 약해요. 다른 사람들의 공부법을 찾아보면서 이렇게 내게 접목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게 바로 녹음이죠."

그가 생각해낸 암기 비법은 바로 녹음 듣기. 암기할 부분을 직접 읽은 본인의 육성을 녹음했고, 출퇴근길마다 10분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그의 귀는 공부로 채워졌습니다. 작년 추석 땐 차례를 지내러 가는 구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내내 듣기도 했단다.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공부법으로 약 2년만에 2개의 기능장과 1개의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창시절 취득했던 2개의 자격증까지 하면 5개 자격증을 보유한 장인이 됐다.

자격증들은 그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기술마이스터 제도가 직원의 자기 개발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그 성과가 자연스레 회사와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마이스터가 되면서 업무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어요. 새로 도입된 설비도 보다 쉽게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업무영역도 확대됐어요. 또한 현장의 위험요소를 보다 빠르게 찾아내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됐어요."

그는 기술마이스터가 된 이후 업무는 물론 매사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이 때문에 기술 마이스터를 향한 도전이 두렵지 않았나요?"란 질문에, 그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두렵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라고 답했다. 박재근 과장은 기술마이스터에 도전한 경험이 스스로를 도전에 길들이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산 정상에 서는 일, 참 힘들죠. 그런데 내 발 밑에 세상을 놓게 돼요. 그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할 겁니다."

한편 삼성SDI는 작년 기술마이스터 제도를 모든 사업부·사업장으로 확대했고, 이는 임직원의 업무 전문성 배양과 자발적인 학습문화 정착을 독려하는 요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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