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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후변화와 글로벌 리더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09 12:56
[특별기고] 기후변화와 글로벌 리더쉽
- 사기(hoax)인가? 뻔뻔스러운(brazen) 약속위반인가?

조석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에서 합의된 신기후체제의 미래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기후체제는 "2100년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미만으로 억제하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당사국이 자발적 목표를 설정하여 이행하기로 합의한 국제협약"으로 195개국이 참여하여 출범하였다.

지난 3월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하여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시행키로 했던 약속들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아울러 미국 환경청(EPA) 예산을 다른 어느 정부부처보다 큰 폭인 31% 삭감하여 정부안으로 확정하는 등 새로운 환경정책을 구체화 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은 켄터키주에 있는 석탄광산을 방문하여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바보같은(stupid)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철회하여 석탄광산 노동자의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대통령 선거운동 시기에 행하였던 모습과 같은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국 내 부존자원(특히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을 개발하여 에너지 독립을 이뤄내자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공화당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에는 풍부한 자원이 있고, 미국은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과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도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공화당의 전통적인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금까지 민주당 정부가 과도한 정부 규제로 자원 개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을 뿐이므로 이러한 정부 규제만 철폐하면 자국 내 자원의 개발을 통하여 에너지 독립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에게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가 화석연료가 아닌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여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는 정책을 견지해 온 것과 비교하면 에너지 독립이라는 정책 목표는 동일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이뤄내는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이라고 할 수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다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보다는 지구의 자연주기적인 현상이라는 견해에도 일리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파리에서 신기후체제 합의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참여는 국제사회에 대한 사기(hoax)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고 있다. 중국은 파리 합의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화석연료를 결과적으로 소비하게 될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중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계획(INDC)이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등과 달리 에너지원단위 감축의 형태로 약속된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파리 합의를 가능케 했던 대화와 타협이라는 원칙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도 이견이 많은 사안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신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정부 정책에 하나하나 반영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종국적으로 신기후체제에서 탈퇴하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부담이 있기에 그러한 결론을 여기에서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이른 감이 있으나 신기후체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미국 신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입장 전환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은 중국의 국제사회 역할 강화론이다. 미국이 소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하게 되면 신기후체제를 이끌어 가는 양대 리더십 중 한 축이 무너지게 되고 또 다른 한축인 중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국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마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기후변화 문제를 중국만이 크게 부담을 지면서 이끌어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신기후체제는 조기 소멸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은 미국의 소극적인 입장으로의 전환으로 생겨나는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꾸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중국의 글로벌 리더쉽이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약속이행을 강조하고 있고 심지어는 미국이 자신들이 이미 했던 약속을 뻔뻔스럽게(brazenly)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다. 뉴욕타임스의 세계적 저널리스트인 프리드만은 미국의 소극적 입장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져나갈 세 가지 분야 중 하나로 기후변화 약속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으로의 전환을 들고 있다(다른 두 분야는 TPP 탈퇴와 보수적 이민정책을 꼽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와 더불어 이번 4월(결선투표까지 간다면 5월)로 예정된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17년만의 좌파 집권을 이뤄낸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는 지금까지 기후변화 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정책을 전개해 왔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 상황이 우파가 우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어 최종 선거결과가 신기후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교토체제 이후 새로운 기후 체제를 만들기까지 국제사회는 수많은 어려움과 입장 차이를 극복해 왔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역사적 누적치로 계산해야 한다거나, 1인당 배출기준을 부여해야 한다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 국가들의 입장은 충분히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기에 타협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지구의 미래 그리고 후손에 대한 책임이라는 대의를 위하여 그야말로 대 타협을 이루어 냈다고 평가할 수가 있다. 이렇게 이루어 낸 신기후체제가 위기의 국면이다. 신기후체제는 과연 사기(hoax)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뻔뻔스럽게(brazenly)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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