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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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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P플랜행? 시중은행은 충당금 규모 놓고 ‘혼란’ 가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10 17:00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 재조정과 관련, 추가 감자를 포함한 국민연금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10일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설명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를 기존 3%에서 1%로 인하하고 회사채에 우선 상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새롭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측은 전날 국민연금이 요구한 산은의 추가 감자, 회사채 출자전환 시 가격 조정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5일 투자위원회를 개최하고 산은에 부실기업 대주주의 책임을 먼저 이행하라며 10일까지 채무 재조정 수정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특히 기금운용본부는 출자전환 비율과 전환 가액, 신규 투입 자금, 만기연장 비율 등을 사채권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의 추가 감자와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에 대한 우선 상환 등 회사채 원금의 일부 상환 및 상환 보증 등도 포함됐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요구사항을 산은이 재차 거부함에 따라 대우조선의 P플랜 돌입 시나리오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산은은 직접 나서 기관투자자의 경영진을 설득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날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설명회에는 국민연금에서 팀장급 이하 실무직원만 참석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P플랜 실행쪽으로 가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도 P플랜 준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세부 서류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유관 부처 역시 P플랜 돌입 시 부작용 방지 대책을 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P플랜 제출 날짜까지 세워 놓았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P플랜은 법정관리의 형태지만 회생을 목적으로 한 제도여서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를 놓고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P플랜이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만큼 충당금 적립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정상’(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 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 의문’(50% 이상), ‘추정 손실’(100%)의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법정관리의 경우 ‘추정손실’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100% 쌓지만 전례가 없는 P플랜은 이렇다 할 규정이 없다.

현재 상장은행의 대우조선 위험노출액은 1조8000억원으로 KEB하나은행 6930억원, KB국민은행 5199억원, 신한은행 2985억원, 우리은행 2289억원 등이다.

P플랜은 법정관리 형태라는 점에서 충당금을 100% 쌓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회생을 염두에 두고 3개월 만에 신속하게 이뤄지는 ‘초단기 법정관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법정관리와 성격이 완전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대손충당금 규모를 ‘요주의’ 수준으로만 관리하는 것도 문제다. P플랜 돌입시 쏟아질 수 있는 RG콜(선수금환급청구) 규모를 추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박 발주처가 P플랜을 법정관리로 판단해 선박 건조를 취소하고 선수금 반환을 요구한다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농협·하나·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은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내리고 총 3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만약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보고 충당금을 법정관리에 준하는 100% 수준으로 쌓는다면 지금보다 2조4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플랜 도입시 손실 규모에 대해 당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다 보니 추가로 충당금을 얼마나 쌓아야 할지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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