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 =대한상공회의소 |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2분기 국내 제조업체의 체감경기가 11분기(2년9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부문 체감경기는 개선됐지만, 내수경기는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최근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1분기에 비해서는 2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2014년 3분기(103) 이후 11분기 연속 기준치(100)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긍정적 전망보다 부정적 전망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수출 호조에 따른 내수의 낙수효과가 예전보다 크게 약해졌다는 점에서 반도체, 석유제품 등 수출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2분기 수출 부문의 경기 전망은 103으로 전 분기(82)보다 21포인트 올랐다. 기준치를 넘어선 것은 2년 만이다. 2015년 1월부터 19개월 동안 이어진 수출 감소세가 멈추고, 최근 5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문의 경기 전망은 87로 집계됐다. 1분기(71)보다는 16포인트 올랐지만, 수출 부문보다는 16포인트 낮다.
조성훈 대한상의 자문위원(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은 "작년 가계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전년 대비 0.4% 감소하는 등 한국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2000년대 이후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 높은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로 민간소비의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95, 중소기업이 90이었다.
지역별로는 상반기 내 예산 조기 집행의 기대감이 반영된 광주(113), 평창올림픽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진행 중인 강원(111)이 높았다.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응답 업체들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등 비관세장벽(59.2%·복수응답), 미국 트럼프 리스크(47.9%), 원유 등 원자재가 변동성(38.3%), 북한 리스크(14.4%) 등을 들었다.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물었더니 50.9%가 ‘그렇다’고 답했다. ‘영향 없음’이라 답한 기업은 25.2%, ‘상당히 작은 영향’은 18.6%였다.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한 우려로는 달러환율 변동 가능성(46.3%·복수응답),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28.0%), 반덤핑 관세 등의 수입규제(22.7%), 비관세장벽(12.2%) 등의 순이었다.
대내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질문에는 정치·사회 불확실성(69.5%·복수응답)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정부 콘트롤타워 부재(47.6%), 금리변동 가능성(37.6%), 가계부채 문제(18.9%), 국회의 규제입법(14.1%) 순이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주요국 경제가 동반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국내경기 회복의 기회로 활용하는데 제약요인과 불안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통상압박과 규제입법 등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