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6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트럼프 "약달러·저금리 선호" 발언에 달러·금리 ‘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13 13:49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존경하며 저금리 정책을 지지한다는 말도 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발언을 내 놓으며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트럼프 정부가 약달러·저금리를 선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가치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일제히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지나치게 강해지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나를 신뢰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부분적으로는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 강세는 궁극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달러 가치는 0.6% 이상 급락했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13일 오전 5시 38분(이하 한국시간) 전날 종가보다 0.62% 빠진 100.09까지 떨어졌다.

달러지수는 이날 100.82까지 오르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오전 4시께 인터뷰가 보도되자마자 추락해 100선을 간신히 지켰다.

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8.81엔까지 떨어졌으며,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은 유로당 1.0675달러까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13일에도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는 것은 달러 가치가 너무 높아서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 직후 달러지수는 0.9% 추락해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금리 문제를 놓고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저금리 선호 발언이 전해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10년물 국채금리는 3bp(1bp=0.01%포인트) 떨어진 2.26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0년물 채권 금리도 2bp 하락한 2.907%를 보여 1월 12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최근 시리아와 북한, 러시아 등을 둘러싸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채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선호 발언까지 겹치면서 국채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했지만 2015년 12월에 9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추가를 금리를 인상했으며 올해 안에 두 차례 더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 2월에 임기가 마무리되는 옐런 의장이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끝나는 게 아니다(No, not toast)"라고 답해 재지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옐런 의장의 저금리 정책은 정치적인 선택이며 미국의 거짓 경제를 초래하는 주범이라고 비판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상당한 입장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다. 취임 초 트럼프와 옐런의 대립설이 확산되면서 시장에서는 옐런 의장의 재지명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 그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