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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이 달러강세론을 끝내 폐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18일(현지시간) 그동안 계속 유지해왔던 달러 매수 포지션을 철회했다.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달러에 대해 강세 전망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달러는 여전히 그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건강하며 중앙은행은 적극적이다. 영국이나 유로존에 비해 정치적 불확실성도 적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이제 펀더멘털이 상당 부분 변화했다"며 "달러 매수 시나리오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탑트레이드 항목에 자리를 보전할 수 없게 됐다"고 적었다.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약세 선호와 △미국 바깥 경제의 성장세 반등 및 그에 따른 미국 경제의 차별성 약화 △예상보다 덜 매파적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조 등이 모두 달러화가 조만간 강해질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6년 5월∼2017년 4월 달러 가치 변동 추이. 주황=블룸버그 달러 지수, 연두=200일 이동평균선, 흰색=미국 10년 만기 국채. (표=불룸버그) |
골드만의 달러강세 베팅은 특히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에 더욱 열기를 냈다. 미국의 올해 경제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이번 포지션 변경은 미국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발표된 4월 뉴욕지역 제조업지수(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나 14일 나온 3월 소비자물가(CPI) 및 소매판매 실적 등은 예상에 비해 훨씬 부진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1월 1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반영해 달러는 이번주 들어 기술적 지지선을 하향 이탈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췄다. 팬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산출갭 소멸과 완화적인 통화정책 및 금융환경을 반영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 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거시경제와 위험 전망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해 옆으로 물러서 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재 개혁과 인프라 확대정책의 지지부진한 상황과 연준 금리인상 전망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 하향 추세 등도 달러 가치를 계속 누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팬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긴축 발작’을 경험했던 연준은 조심스러운 대차 대조표 정상화를 바랄 것이고 실제 양적긴축에 돌입하면 정책금리 인상을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할 것"이라며 "그 결과 달러는 최근 몇달간 전달된 매파적 기조를 통해 우리가 예상했었던 만큼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