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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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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조르던 사우디, 유가 회복에 ‘소비 살려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24 15:10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저유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공공부문 종사자들에 대한 상여금을 부활하기로 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지난 22일 칙령을 통해 각료들의 임금 삭감 결정을 철회하고,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수당도 원상 회복시킨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 안정을 위해 지출을 줄이면서도 각종 정부 지원에 익숙해진 대중의 지지를 잃지 않는 균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연료·전기·수도료 보조금을 삭감한데 이어 9월에는 각료 20여 명의 급료를 20% 삭감하고, 공무원 수십만 명의 상여금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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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변화 추이. (표=인베스팅 닷컴)

국제 유가는 최근 사우디가 다른 주요 산유국들과 감산에 합의하면서 안정을 찾았지만, 2014년 중반 이후 절반 가량 하락했다. 사우디 정부는 세입 급감에 따른 내핍 정책으로 각종 정부 지원과 수당 등을 취소하거나 개정 또는 동결해야 했다.

그러나 근로자의 3분의 2가 공공 부문 종사자인 사우디에서 공무원 상여금 삭감 조치는 광범위한 불만을 야기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복지 혜택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중산층은 경제적 고충을 드러내 불평하지는 않지만, 상당수 중산층이 사적으로는 수당 삭감 조치를 비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여금과 기타 수당 삭감 조치가 부유층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데다가, 돈만 퍼붓고 인기도 없는 예멘 내전처럼 해외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데 국민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살만 국왕은 공무원 상여금 부활 이유로 재정적자 감축과 세입 증가를 들었다. 사우디 정부 측 관계자는 급여 삭감 철회와 상여금 부활 조치가 정부의 재정 상태 개선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에너지 요금 인상 등 최근의 내핍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공무원 상여금 부활로 소비자들의 지출이 확대되고 경제 성장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은행 EFG-헤르메스의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로 약 300만 명의 가처분 소득이 국내총생산(GDP)의 3%인 200억 달러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실세 왕자이자 제2 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가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한편, 살만 국왕은 칼리드 빈살만 왕자를 주미 대사에 임명,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또 에너지·산업·광물자원 장관에 압둘아지즈 빈살만 왕자를 승진 임명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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