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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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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RUC 설비가동 ‘적신호’…"예고된 참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25 01:32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 프로젝트 현장에서 넘어진 크레인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에쓰오일(S-Oil)이 약 5조원을 투입한 슈퍼프로젝트가 대형 참사로 제동이 걸렸다. 당장 내년 상반기 RUC(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던 에쓰오일은 당국의 작업 중지 명령으로 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더구나 회사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참사의 주원인이란 지적이 제기돼 도덕적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느닷없이 찾아든 안전사고로 ‘이중 악재’에 직면한 에쓰오일은 참사 여진이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 관계자는 24일 "에쓰오일이 4조 8000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RUC(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 프로젝트 현장 부지는 매우 적은 규모인데 여기에 수십대의 대형 크레인과 수천명의 현장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며 "결국 언제든 잠재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는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교통사고, 안전사고가 비일비재 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그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에쓰오일 현장직 근로자는 "사고 당시 생산 현장과 작업 현장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고 협소해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며 "사고 파악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고 말했다.

정유산업 특성상 외부로 드러날 만한 이슈는 손에 꼽힌다. 이 중 현장 사고는 최악의 이슈나 마찬가지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유산업은 기간산업이란 특성과 시설 유지 및 보수, 증설 등이 해마다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대부분 조용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4월21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공사현장에선 대형 타워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폭발을 동반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110m 가량의 크레인을 설치하는 작업 중에 일어났다. 경찰은 현재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원·하청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RUC 프로젝트 원청 시공사는 대림산업으로, 토목업체인 대도ENG, 천조건설 등이 하청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발주자인 에쓰오일 책임은 크게 부각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 책임은 원청인 대림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짙다. RUC 현장의 근로자는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원청으로 선정한 대림산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될 문제"라면서도 "발주처인 에쓰오일이 대림산업에 안전에 대한 문제를 좀 더 강력하게 지적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역시 이번 사태에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한 뒤 검찰로 이를 송부할 계획"이라며 "처벌 수위에 대한 부분은 검찰에서 결정할 일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현재 작업장에는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에쓰오일로선 심혈을 기울인 대규모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회사 스스로 ‘슈퍼프로젝트’라 천명할 만큼 사업에 들어간 자금만 약 4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시행된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당국의 작업 중지 명령으로 가동 시기는 불투명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작업 재개는 언제 이뤄질지 단정할 수 없다"며 "사고 조사가 모두 끝난 이후 작업 재개를 위한 기준 등이 부합해야 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일단 사고 현장 수습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초 발생한 부상자들 중 사망자가 추가돼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에서 원유배관 폭발사고 당시에도 원청 시공사와 발주사 한국석유공사에 여론의 뭇매가 빗발치듯 쏟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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