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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정부 에너지정책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09 18:17

이재승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신정부 에너지 정책의 과제 

이재승 교수

▲이재승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정치적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정책의 새로운 화두들이 등장하고 있다. 탈원전, 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 에너지기술과 4차 산업혁명 등은 향후 5년간 에너지정책 논의의 기조를 이룰 것이다. 특히 현재의 산업구조를 든든히 지탱하면서 저탄소,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뤄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공통적인 정책 목표가 된다.

석유와 가스 수급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정책적 우선순위다. 당분간 글로벌 차원의 구매자 우위의 시장과 저유가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중장기적인 석유 및 가스 수급 전략을 재구성하고, 동시에 안정된 기조 위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도할 적기가 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에너지정책이 긴 호흡을 가질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소중한 시기이기도 하다.

북미지역에서 가스 수입 등 수급선 다각화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고려돼야 한다. 지난 수년간 위축된 자원외교와 대외 에너지정책의 인프라도 신속히 재건해야 한다. 자원외교 손실은 자산가치의 하락은 물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얼마 되지 않는 전문성 손실이 더 가슴 아픈 부분이다. 해외에서 에너지수요의 절대량을 수입해야 하는 국가에서 특히 에너지정보 시스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을회관 몇 개 더 지을 규모의 예산 절감을 위해 에너지 공기업들이 해외 지사들을 철수하고 다시 깜깜이가 되어서 국제무대를 돌아다닌다면 또 다른 실패는 예견돼 있다. 게다가 이리저리 차이면서 만신창이가 된 자원외교에서 정치적으로 더 짜낼 것이 있다고 뒤척거리면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복원의 가능성마저 희박해진다.

기후변화와 친환경에너지로 전환은 이미 늦출 수 없는 대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 분야의 힘은 국가정책뿐만 아니라 주 단위의 지방행정 주체와 막대한 금액의 민간 연구개발에서 나오고 있다.

향후 우리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에는 더욱 명확한 속도감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수요 관리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도 더욱 부각돼야 하며, 전력요금 개편을 포함한 정책적 기반 조성도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가스와 원자력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연계에너지로서 중요성을 갖는다. 탈석탄화는 분명한 추세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전력 생산에 있어서 큰 비중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청정 석탄정책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당면과제다.

에너지 전환은 마라톤과 같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뛰어야 하는 긴 코스의 도전이다. 무엇보다도 기초체력이 중요하고 전문성에 기반한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 이행전략의 기본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적절한 속도와 호흡을 유지하면서,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다. 단순한 정책적 드라이브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며, 시장과 민간 주체의 참여 역시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정책과 정치적 의지는 적절한 균형은 유지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 또는 과도한 개입은 모두 실패의 원인이며, 마찬가지로 에너지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한다. 정치 역할은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고, 실행전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그 과정에서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여러 강의에서 종종 "미래는 무슨 에너지의 시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청중은 큰 소리로 태양광, 풍력, 수소, 아니면 더 기발한 답변을 찾아낸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에너지’의 시대라고 답한다.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원을 최적의 비율로 사용하면서 친환경적 에너지 전환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가는 과정이 전환기의 에너지정책이 된다.

신정부 에너지정책의 성패는 이런 다양성의 에너지정책을 얼마나 균형감과 속도감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는가에 달려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5km의 마라톤 구간에 접어들었다. 멋을 부리지 않지만 든든한 기초체력과 전문성을 갖춘 묵묵한 마라토너만이 이 구간을 완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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