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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미세먼지는 기후 영향 받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10 18:46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아침햇살] 미세먼지는 기후 영향을 받는다?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우리나라가 악성 스모그 국가가 된 것은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2017년 2월 중국기상국 아이완슈(艾婉秀) 국가기후센터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따뜻한 기후가 북부와 남부 간 기온 차를 좁히는 바람에 찬 공기가 남쪽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대기오염물질을 날려 보낼 바람이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아이완슈 연구원은 또한 중국의 수도권지역을 통과하는 바람의 속도가 1961년보다 37% 약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유독 뚜렷하다 보니 베이징지역 풍속이 전년 동기보다 20∼27%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가 오염 화학물질을 덜 해로운 물질로 산화시키는 능력도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베이징 지역의 겨울철 스모그가 더 심해지고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기상과학연구원 류훙리(劉洪利) 부연구원도 박자를 맞춘다. "공장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대기 오염의 주원인이지만 기후 변화가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류부연구원은 "대기로 방출되는 오염물질이 오염 정도를 결정하지만, 스모그 형성은 주로 기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발표가 나오자 중국 네티즌은 맹비난했다. 스모그 퇴치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중국기상국의 꼼수라는 것이다.

기상학적으로 보면 이들의 주장에 일리는 있다. 스모그(미세먼지)의 경우 바람이 약할수록 농도가 더 높아진다. 공장이나 자동차, 난방,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스모그가 다량으로 배출돼도 바람이 강하게 불면 확산되기에 고농도스모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의 기후변화가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일 수는 있다.

이들의 연구는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과 상통한다. 2017년 1/4분기에 우리나라는 극심한 미세먼지에 시달렸다. 그런데 올해 초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던 날이 많아진 것은 기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4월7일 열린 토론회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미세먼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2017년 미세먼지 농도는 76㎍/㎥으로 2015년(86㎍/㎥)보다 낮았다. 그러나 나쁨 일을 기준으로 한 국내 미세먼지의 국외 요인 기여율은 76.3%로 2015년(72.7%)에 비해 3.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국외 기여율이 높아지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이의 원인으로 기상을 지목한 장 센터장은 2017년 1~3월 미세먼지 국외 요인에 영향을 주는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 일수가 75일로, 2015∼2016년에 비해 각각 8일, 56일 증가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졌다고 말한다. 특히 대기 정체를 일으키는 초속 2m 미만의 미풍이 분 날이 29일로, 2015∼2016년에 비해 각각 16일과 13일 많다는 것도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강수량이 최근 3년 중 가장 적은 점도 미세먼지 농도를 짙게 만든 범인이었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의 설명도 기상학적으로는 타당하다. 중국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만들어져도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기압배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대기가 불안정하거나 바람이 강하거나 비가 많이 내리면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미세먼지 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배출량이지만 기상조건이나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기상국이나 우리나라국립환경과학원의 말이 액면대로 믿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왜 꼭 자기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처럼 들리는 것일까? 기후나 날씨 영향을 탓하기에 앞서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고백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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