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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일자리 만들기의 묘수 찾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12 10:57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맹수석 교수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일성은 ‘일자리 만들기’였다. 문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이다. 1997년 IMF 위기가 발생한 후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청년들은 청년이라서 죄송하다며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내던져진 노년층은 취약한 노후대책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간절하게 기대와 희망을 걸어 본다.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경제도 발전하고 복지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단순히 양적 확대의 숫자 놀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자리는 ‘사회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위기를 느낀 세계 각국은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회적 경제란 이윤보다는 구성원이나 지역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이익분배에 있어서 자본보다는 인간과 노동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제적 행위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농어촌공동체 등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조직은 ‘사회적’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경제’라는 시장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하이브리드한 조직체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기에 이르렀고, 정부 각 부처별로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과 지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대다수의 정책들이 단기적인 성과지표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 경제조직의 장기적 성장·발전과는 무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특성은 자율성인데,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직접 지원방식은 자생력 있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키워내는데 한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회적 경제조직을 통할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정부의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마을기업은 행정자치부가 각각 주관 부처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경제 관련 입법 및 정책 수립이 부처별로 논의되어 통일적인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되어 왔고, 재정지원 사업의 경우도 중복지원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왔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전략과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경제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성’과 ‘경제성’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가치가 상호 수렴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영리조직의 재정 및 회계관리·감사시스템의 도입 등 ‘사회성’이라는 공공성의 제고와 더불어 ‘기업’의 영리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경제조직의 거버넌스와 자금조달 통로 및 지원정책에 관한 법·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대개 단기적이고 경제적 유용성에 국한되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조직이 ‘경제성’을 갖고 영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으로부터의 자금조달 경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적 경제조직들은 서로 다른 법적 형태와 존립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 수익분배, 잔여재산 처리가 서로 다른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기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우므로, 사회적 거래소의 설치와 사회적 책임투자의 유도는 물론 사회적 영향채권의 발행 등 사회적 금융시장(social finance)의 형성과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 시점에서, 사회적 경제조직의 육성 및 체계화를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 등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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