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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행렬로 꽉 찬 인도 최대 무역항 뭄바이 시내 도로.(사진=AP/연합) |
세계 5위의 자동차 신흥대국 인도가 전기차 분야에서도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5% 성장에 그치며 주춤하는 가운데, 다음 전기차 혁명은 인도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2032년까지 신차 판매대수 100%를 전기차로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최근 인도가 공격적인 정책을 세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인도 정부 산하 경제정책기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는 나렌드라 인도 총리에게 이같은 내용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담아 보고서로 제출했다.
인도 산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인도가 새로운 교통 정책을 펴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전했다. 디젤차량의 비중이 높아 주요 대도시들의 대기오염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환경을 중시하는 모디 정부가 전기차 육성 정책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총 90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내년 말까지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휘발유와 디젤 차량 판매에서 얻는 세수를 전기차 충전소 설치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부분도 논쟁거리다. 보고서는 이 정책을 통해 전기차 구매자들은 더 낮은 세금과 이자율을 지불할 수 있게 되고, 전통 화석연료 차량은 가격 부담이 올라가면서 판매량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르 사게 자동차 분야 전문가는 "인도의 전기차 확산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인도는 중국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주요 대도시들이 새로운 거주자와 자동차들로 가득차고 있다. 인도인들은 고향인 농촌과 작은 마을을 떠나고 있으며, 중산층이 늘면서 개인 승용차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인도는 경제 성장에 따라 도시가 커지면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라는 두 가지 큰 사회문제에 직면했다. 인도의 전기차 정책은 이같은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외에 원유 수입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가적 목표와 파리 기후변화 협정 목표에 맞게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는 전세계적 목표도 정책 설정의 이유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중국 신에너지차 지원 정책과 마찬가지로, 대량의 보조금을 시장에 풀 방침이다. 인도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애고 쉐보레와 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배터리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S에 보조금을 부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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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당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국내 연료원을 늘려 △원유 수입을 줄이고 △대기질을 개선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미 태양광 기업 sun valley solar solutions) |
보고서는 초안에서 "공유, 전기차, 커넥티드카로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인도의 잠재력은 국내적으로도 전세계적으로도 중대한 영행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길은 멀다. 미국, 중국 등 전세계 대형 자동차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도의 전기차 판매량 비중은 1%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아직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인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수도 델리의 정부는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를 포함한 청정공기 전략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환경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마힌드라 & 마힌드라의 e20 전기차 해치백이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 중 하나다. 마힌드라 e20, e-버리토, 마루티 스즈키 등 대부분의 전기차 모델은 인도산 제품이다. 인도는 수입 자동차에 고가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그동안 외국 자동차 업체에 높은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수입차로는 BMW i8이나 볼보 XC90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베스트셀링 제품에 포함돼 있다.
한편, 한국 등 전세계로 시장을 확장하는 테슬라 역시 인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트위터를 통해 올해 여름 쯤 인도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테슬라와 인도의 접촉은 지난해 가을 인도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슬라 본사를 전격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모디 총리와 대표단은 테슬라 본사를 탐방한 후, 테슬라와 손을 잡고 재생에너지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도의 정부 관계자는 테슬라의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인 파워월에도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현재 인도의 대도시와 소규모 마을에서는 전력 손실로 인해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파워월이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지난 몇 년 간 대체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인도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원유·석유제품 소비국이다.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80% 이상의 원유 수요가 외국계 원유 공급업체들로부터 충족되고 있는 상태다.
인도 당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국내 연료원을 늘려 △원유 수입을 줄이고 △대기질을 개선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석탄을 대체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국내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상업용 차량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경차에 압축천연가스(CNS)를 확대 적용함으로써 가능하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 정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판매 비중을 1%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정부 보조금이 가격을 상당 부분 낮춤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터리 가격으로 인해 전기차는 일반인이 사기엔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은 운전자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방전될 수 있다는 ‘주행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사게 전문가는 "전기차 앞에 놓인 걸림돌은 2032년까지 전기차 판매량 100%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책을 제공할 지에 대한 기대감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며 "전기차 드라이브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존재감과 자본력을 높이려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에너지 회사 등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