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석탄발전 축소공약 ‘우려와 거품’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그동안 대선에서 주로 원전 문제가 에너지공약의 관심사였다면, 이번엔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원전보다 석탄발전 문제가 더 관심을 끌었다. 한 정당을 제외하고 집권한 민주당을 비롯해 대부분 정당이 석탄발전 축소와 가스발전 및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공약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합의와 실현 가능성은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그 가운데 일부 공감도 가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석탄발전의 축소는 필요하다.
첫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 차원이다. 석탄발전은 국내 미세먼지 유발의 3대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석탄발전과 미세먼지에 관한 분석과 자료가 불확실하다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은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유발 ‘유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유발 ‘정도’에 대한 것이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는 발전 부문 비중이 제일 크고 또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OECD 국가 중 이렇게 석탄발전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지금부터는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적다.
셋째,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원 믹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 계획에 의하면 2030년 석탄발전은 원전과 함께 전체 발전량의 80%를 차지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것은 주식투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소수 전원이 전체 발전시장을 독식하면 전력산업에 다양한 기술과 혁신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상의 근거로 석탄발전을 줄일 경우 바로 따라나오는 문제가 전기요금의 인상 우려다. 이제는 국민께 ‘값이 저렴하면서 깨끗한 전기는 없다’는 것을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요금 조정은 저유가 기조를 이용하고 석탄발전 축소를 점진적으로 진행하면 큰 충격 없이 가능하다.
이렇게 석탄발전의 축소를 주장한다고 해서 새 정부의 공약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의식한 공약에는 거품이 다소 끼게 마련이다. 이제는 거품을 걷어내고 현실에 기초하여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새 정부가 공약한 9기 신규설비의 취소 문제다. 이 중 8기는 민간자본이 참여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사업자금이 투자된 상황이다. 이를 취소하려면 민간업자의 기투자 자금 및 허가 취소에 따른 수익상실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취소보다 석탄발전의 가동시간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재생가능에너지도 보급목표 수치만 높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존 여건과 고립전력망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공식 통계상으로는 6.6%이나, 그 중 60%인 ‘가짜’ 재생가능에너지(폐기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2.4%에 불과하다.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진짜’ 재생가능한 에너지만으로 어느 정도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당분간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보다 가스발전이 현실적인 대안이고 원전이나 석탄발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끝으로 석탄발전 축소에 따른 전기요금 문제다. 이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진보정권은 늘 전력의 공공성을 중시하고 저렴한 전력요금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요금인상 언급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산업용 요금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만일 새 정부가 석탄발전의 축소 등 누적된 전력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산업용 요금을 넘어 전반적인 전기요금 제도 개혁의 청사진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석탄발전의 축소조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과도한 우려’나 ‘지나친 거품’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올바른 개혁이란 시선은 멀리 두되 발은 땅을 디딘 채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다. 먼 미래를 보지 않고 당장의 발 밑만 보면 방향감각을 상실하여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정반대로 시선만 멀리 둔 채 발 밑을 보지 않으면 자칫 헛발을 디디기 쉽다. 석탄발전 축소를 포함한 전력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