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29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감산연장 후 국제유가는?..."유가 60~70달러가 합리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19 08:06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의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 감축 조치를 9개월 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게 목표인데, 변수가 많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과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원래 6월 말까지였던 감산 합의를 연장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지난해 말 감산 합의 때와 똑같이 하루 180만 배럴 감산을 다른 산유국들에 권고하기로 했다.

산유국들은 오는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감산 조치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산유국들은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감산이 연장되더라도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내전으로 산유량이 과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리비아가 감산 예외를 인정받아 꾸준히 산유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유국이면서도 독자노선을 걷는 미국이 셰일 석유 생산량을 계속 늘려갈 가능성이 큰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프로스펙처스 그룹의 단 스테픈 사장은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이나 미 원유 재고, 정유공장 가동에 따른 계절적 상승세를 고려할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선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유는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상품 중 하나다. 유가는 사실상 원유선물 시장에서 거래하는 투기 세력이 좌지우지한다고 볼 수 있다. 뉴스에서 보는 국제유가 기준 가격은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근월물 상품이다. 결국 유가를 결정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의 펀더멘털이지만, 그 ‘마침내’가 펀더멘털에 수렴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해 11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산유량을 감산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에 힘입어 WTI 가격은 즉시 배럴당 8달러 이상 급등했고, 50∼55달러 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투기세력들은 카르텔(OPEC)의 감산이 미국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매수 포지션을 쌓았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은 원유시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망각했다. △중동산 원유가 미국에 도달하는 데는 세 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원유 수요는 1분기 언제나 급락한다 △가격 상승을 기다리고 있던 유동적인 재고가 많다는 세 가지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 1분기 떨어지는 대신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점도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 기여했다. 그러나 주 원인은 원유 수입량은 늘어나는데 정유소 유지 보수기간이라 원유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지난 1분기 늘어난 미국의 수입량 중 상당수는 연안의 탱크에 저장돼 있던 원유가 유가가 상승하면서 내륙 창고로 이동한 데서 기인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일일 5만3000배럴로 증가했다. OPEC 감산 합의 8주만에 원상태로 복귀한 셈이다.

clip20170515172938

▲OPEC 감산이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되면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분기 더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표=오일프라이스)

4월 마지막 주 투기세력들은 OPEC이 감산을 통해 원유시장에 수급균형점에 도달하는 것을 기다리는 데 지쳐버렸고, 그들은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상품 트레이더들은 흔히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WTI 가격은 순식간에 배럴당 53달러에서 45달러까지 폭락했다.


◇그렇다면 다음엔 무슨 일이…

스테픈 사장은 "내 생각에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은 재정 고갈로 더 이상 산유량을 끌어올릴 수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이제 석유에 놓인 ‘공포의 장벽’을 치우고 업스트림 석유&가스 회사들의 주가가 높게 상승할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트레이더들은 오는 25일 개최되는 OPEC 감산 연장 회의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이다. 다행히 15일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대표격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감산 연장을 합의하면서 내년 3월까지로 9개월 더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25일 정례 회의에서 다른 산유국들의 만장일치 합의를 기다려야 해 확실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산유국이 동조할 가능성이 크지만,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우선 러시아가 충실히 감산을 이행할지 의심하는 기류가 있고, 미국과 캐나다의 원유 생산량이 계속 늘고 있어 감산 효과 회의론이 퍼져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스테픈 사장은 "카르텔(OPEC)이 감산을 연장하지 않으면, 유가는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하고 산유국의 경제는 고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극소수의 산유국만이 저유가 시기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clip20170515173004

▲OPEC이 감산을 연장할 이유. 2006년 4월∼2017년 2월 사우디 외환보유고, 유가가 추가 상승하지 않으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조차도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단위=10억 달러, 표=오일프라이스)

실제로 사우디가 지난 2014년 중반 셰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막대한 양의 원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 이후, 사우디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223조 60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사우디 경제와 왕실에 극심한 타격을 가했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난 10일 유가에 반전을 초래한 두 가지 일이 발생했다. △미국 원유재고가 520만 배럴로 급감했고, 휘발유 및 디젤유 재고 역시 180만 배럴 감소했다. △OPEC 주요 회원국들이 올해 12월까지 감산을 연장하기로 이미 합의했으며, 내년 3월이나 6월까지 연장할 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나왔다.

clip20170515173044

▲2013년 1분기∼2017년 1분기 세계 원유 수요. 매년 1분기와 3분기 사이 원유 수요는 의미있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2017년 세계 에너지기구(IEA)는 하루 원유 수요가 13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표=OECD/IEA)

원유 재고를 살필 때, 투자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원유시장에 계절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매년 1분기와 3분기 사이 원유 수요는 하루 백만 배럴 이상 증가해왔다.

스테픈 사장은 "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이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된다는 사실이 확정되면, WTI는 배럴당 50달러선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러시아와 사우디가 감산을 발표한 15일 WTI는 48달러선까지 상승했다.

이어 스테픈 사장은 "미 주간 원유·정제유 재고 감소세는 여름 내내 이어지면서 WTI를 배럴당 55달러선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일일 30만 배럴 감축하겠다는 산유량 목표치를 잘 지킨다면 연말 60∼7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셰일도 변수다. 현재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은 배럴당 60달러의 유가가 필요하지 않다. 저유가 시기를 통과하면서 기술력 재고로 생산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퍼미안, 이글 포드, DJ, 오클라호마 스쿱 등 주요 셰일 지대에서는 유가 50달러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천연가스, 천연가스액체, 원유 세 가지 상품의 혼합물을 판매하는 업스트림 석유&가스 회사 입장에서는 전년대비 대폭 상승한 천연가스 가격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10달러를 밑돌던 천연가스와 NGL 가격은 각각 50% 이상, 100% 뛰었다. 유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천연가스와 NGL 가격은 국내 시장에서 거래된다. 미국의 천연가스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1년 전보다 훨씬 수급이 타이트해진 상태다. 미국 석유화학업계의 성장세는 NGL 수요를 이끌고 있다.

스테픈 사장은 "업스트림 석유&가스 회사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원유, 천연가스, NGL 믹스가 어떻게 되어 있는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석유&가스 회사들은 1년 전보다 훨씬 상황이 좋아졌다. 수십 개의 업스트림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었고 증산할 방침을 세웠다.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유전 서비스 회사 투자자들은 향후 몇 달 간 주의 깊게 회사 상황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