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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현명한 국민이 합리적 정치 만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19 00:58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현명한 국민이 합리적 정치 만든다 

정범진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깨끗한 것이 싫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깨끗이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같은 노력이라면 더러운 것을 깨끗이 하는 것이 이미 깨끗한 것을 더 깨끗하게 하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세금이라는 제한적인 자원을 나눠 쓰고 있다. 그래서 대선후보의 공약에서 무언가를 더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 무언가는 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금을 더 걷지 않는다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재정을 아껴서 재원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게 되겠는가? 어떤 정부가 그렇게나 많은 돈을 이유 없이 낭비하고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안전한 세상을 원한다. 우리 사회에는 안전한 요소와 위험한 요소가 있다. 자원을 투입할 때, 안전한 요소를 더 안전하게 하는데 투입할 것인가 위험한 요소를 안전하게 하는데 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지혜가 필요하다. 비욘 롬보그는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750억불을 쓰는 법’이라는 책에서 비용과 안전에 대한 균형감각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 7개 국가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데 1500억불이 추산되고 제3세대 모든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과 보건을 제공하는데 800억불이 든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다. 원전 안전에 대해 우려가 깊다. 심지어 이 때문에 탈핵을 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런데 사실상 지난 40년간 원전과 관련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가 많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사망하거나 병들게 한 사례는 크게 보고된 바 없다. 이는 원자력발전이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안전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정상운전을 한다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 배출 하지 않으며 다른 공해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대신 방사성폐기물이 나온다.

그런데 이는 격리만 잘 해 둔다면 위험할 것이 없다. 또한 원자력발전이 매우 적은 양의 연료를 사용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얻어내는 만큼 방사성폐기물의 절대적인 양도 매우 작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넓은 영역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되고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500여기가 넘는 원전을 50년 이상 운용하면서 대형사고는 단 세 차례뿐이다: TMI-2 원전사고(1979),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

이들 사고의 실제적인 피해는 과장되고 왜곡되어 유포되면서 실제보다 더욱 우려를 증폭시킨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의 판단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를 경험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원자력발전을 중단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가 난 TMI-2호기 옆의 TMI-1호기,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4호기 옆의 체르노빌 3호기는 잔여수명까지 10년 이상을 운전원이 들어가서 운전하였다. 원전 사고가 치명적이고 감당하기 어려웠다면 사고를 경험한 나라가 원전을 포기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탈핵을 공약했다. 물론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포퓰리즘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이 잘 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혹시 우리는 더러운 것은 놔두고 이미 깨끗한 것을 더 깨끗하게 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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