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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경영난 해결 위해 美 특허 ‘특허 괴물’에 넘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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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팬택이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핵심 자산인 특허를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미국 특허청(USPTO) 등에 따르면 팬택은 작년 10월 31일 230건에 달하는 미국 특허를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골드피크)에 양도하는 데 합의했다.

골드피크는 팬택이 특허를 처분하기 직전인 작년 10월 18일 설립된 특허 전문회사로, 팬택의 특허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파트너로 추정된다.

골드피크는 지식재산의 거래와 라이선싱, 자산 유동화 등을 핵심 사업 목적으로 내세운 일종의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다.

골드피크가 팬택의 특허에 관한 모든 권리를 넘겨받으면서 이 특허를 통해 로열티를 받거나 특허를 침해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제3자에게 다시 특허를 넘길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초반 미국 특허 전문회사 SPH 아메리카를 이끈 박모 변호사와 백모 변리사를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SPH 아메리카는 지난 200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가진 다수 특허의 독점적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유명한 특허 괴물이다.

팬택이 자금난에 빠지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드피크에 특허를 대거 양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중론이다.

팬택은 청산 위기를 극복하고 쏠리드에 인수된 뒤 작년 6월 신작 스마트폰 ‘아임백(IM-100)’을 출시했지만 총 출하량이 13만 2000여대에 그쳐 목표치(30만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영업손실(596억 원)이 매출(517억 원) 보다 많았고 자본 잠식에 빠졌다.

여기에 베트남 현지 합작회사 설립마저 어려워지자 모회사 쏠리드는 지난 11일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직원 수를 50여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특허 처분은 김모 이사 등 쏠리드 최고 경영진이 비용 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강행했으며, 문지욱 전 팬택 사장은 이견을 보인 끝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골드피크 또는 다른 특허 괴물이나 스마트 기기 제조사에 특허를 매각할 수 있다.

팬택은 지난 3월 말 국내 특허 2036건과 해외 특허 1111건을 보유했고, 이미 감사보고서에서 ‘특허 수익화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언급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팬택의 특허가 헐값에 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부실한 특허로 해외 진출이 여의치 않은 신흥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특허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서울중앙지법이 2015년 10월 팬택의 회생 계획안을 인가할 때도 유독 신경 쓴 조건이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팬택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팬택은 세계 최초로 지문인식 센서를 스마트폰에 탑재한 저력 있는 회사"라며 "주요 특허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경우 사실상 ‘국부 유출’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쏠리드는 팬택을 살리기 위해 특허 처분이 불가피하고, 특허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이를 매각하는 것이 이롭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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