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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재무건전성 취약 보험사 방카슈랑스 판매 중단…‘보험업계, 타격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2 08:09

▲은행권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를 중단하고 있어 보험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각 사)


[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 은행권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회사가 상호제휴와 업무협력을 통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결합 형태) 판매를 중단하고 있어 지급여력이 낮은 다른 보험사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제한 조치가 보험사들의 매출에는 큰 영향이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카슈랑스 상품의 판매비중이 적고 오는 2021년 신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고 유사시 고객에게 보험금을 줄 여력을 보완하기 위해 보험업계가 자본확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2일부터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방카슈랑스 상품을, KEB하나은행은 16일부터 흥국·KDB·MG손해보험의 일부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흥국생명의 일부 상품에 대해 판매제한 결정을 내리고 구체적인 제한 시점을 검토하고 있고 KDB생명, MG손보의 방카슈량스 상품의 경우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이 3개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판매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판매가 중단되는 상품은 납입 기간 보험료 합계가 5000만원이 넘는 상품으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원금과 이자를 보호받을 수 있어 5000만원을 초과하는 방카슈랑스 상품만 판매가 중단됐다.

이 3곳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는 지난해말 기준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50%를 넘지 못한 바 있다. 흥국생명은 145.4%, KDB생명은 125.7%, MG손보는 133.6%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각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 대비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을 의미한다. 보험업법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시장상황과 금리변동에 따라 조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은행권은 저금리 기조에 따라 저축성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사라진 것이 방카슈랑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저축성보험 외 다른 보험상품으로 상품 채널을 다양화하지 않는다면 은행에서 판매되는 방카슈랑스 실적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보험이나 종신보험 등 보험권 주력 상품의 경우 방카슈랑스 판매를 전혀 할 수 없고 단체보험의 경우에도 방카슈랑스에서 취급할 수 없는 상품에 속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25%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판매제한 조치에 따른 매출이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IFRS17의 도입을 대비해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대부분 저축성 보험이다.

특히 방카슈랑스 판매가 중단된 해당 보험사들은 RBC 권고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자본확충 노력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3월 500억원의 자본을 마련한 데 이어 보장성 상품 비중 확대, 자산 포트폴리오 교체 등을 통해 RBC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KDB생명은 현재 진행 중인 경영진단의 결과가 나오면 오는 7~8월경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MG손보는 대주주인 자베즈파트너스를 통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한 규정을 둔 것은 은행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보험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알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RC비율이 150%대를 회복하면 판매제한 조치를 해제하지만 IFRS17 도입으로 인해 보험회사의 자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RBC비율이 안정적인 추세로 유지되는 경우라면 판매 재개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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