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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대통령님, 100만명 장기연체자 빚 탕감 가능하신가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2 08:10

금융부 복현명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기연체자 100만명의 채권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한 공약을 두고 채무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공약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역대정권 중 가장 강도가 센 공약으로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실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금과 이자만 포함하면 11조원 규모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빚 탕감 공약은 채무자들에게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고무적이지만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신용 7등급 이하 720만명의 신용을 사면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정부가 출범한 후 신용회복기금 7000억원을 조성해 채무불이행사 72만명의 신용회복을 지원했고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은 사람은 49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

또 박근혜 정부 역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0만명 채무불이행자의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지만 58만명이 실제 탕감 조치를 받았다.

이렇게 원금을 일부 깎아주던 이전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문 대통령의 채무자 구제 공약은 원금과 이자의 완전탕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정책 대상도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한한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정부 때 저소득층의 빚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지금은 금융회사들로부터 장기 연체 채권을 구입해 이자는 모두 탕감해주고 원금을 최대 절반 이상 깎아주는 방식으로 채무자의 빚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기금은 나머지 원금을 상환받아 기금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사들인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도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눈치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최근 소멸 시효가 지나 이미 회계장부에 회수불능으로 잡힌 특수채권 4400억원(2만명)을 완전 소각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100만명의 장기연체자의 빚을 탕감할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책결정은 현대 조직사회에서 핵심적인 과정이다. 아무리 튼튼한 조직이나 탁월한 지도자라고 하더라고 정책을 잘못 결정한다면 그 지도자는 물론 조직도 침몰하기 쉽다.

정책학자 사이몬(Herbert A. Simon)에 따르면 정책 결정은 경제적인 개념으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질적 합리성과 정책을 산출하는 과정에서의 인지적이고 지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절차적 합리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고 조직구성원들의 반발을 줄여야 한다. 만약 부작용을 알면서도 정책을 시행한다면 그것은 안하느니 못한 정책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만명 장기연체자 빚 탕감이 단순한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한 서민을 위한 정책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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