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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이행 원전산업 붕괴 ‘도미노’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2 20:07

원자력 전문가 "건설 중단하면 수출 등 10년 지나면 산업 붕괴"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원전 관련 인력이 급감해 원전수출산업이 붕괴하고 말 것이란 우려가 원자력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원전 선진국은 원전 건설을 중단한 이후 원전은 물론 관련 인력까지 이탈해 세계 원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밀려났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학과는 정원 미달 사태에 직면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부터 일본 주요 대학의 원자력 관련 3개 학과(학부) 가운데 2개, 9개 대학원 과정 가운데 5개가 정원 미달이었는데 대표적으로 후쿠이 공대의 관련 학과(학부)는 25명 정원 중 16명, 와세다대 대학원 과정은 15명 중 11명만 입학했다"며 "미달 학과는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2개 였으나 2012년 6개, 2013년 7개로 늘어났는데, 이런 현상이 원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이 전문가는 "일본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학생 대상 합동 기업설명회에 참가한 수는 2012년에 388명으로 후쿠시마 사고 이전인 2010년의 20% 수준에 그쳤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책적으로 원전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우수 인재가 굳이 원자력을 전공할 생각을 갖지 않을 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만류해 우수 인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사상 처음 원전을 수출할 수 있던 배경은 매년 1, 2기의 원전을 쉬지 않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는데, 이런 장점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물론 탈원전 정책이 결정된 상태가 아니라서 학과 폐지나 정원 축소 등이 아직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원자력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 역시 "내부적으로 어떤 방침도 세우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원자력 전문가는 "전통적으로 원자력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학과를 폐지하거나 정원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원자력과 에너지를 연결시킨 곳은 원자력 명칭을 빼거나 정원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원자력학과를 두고 운영하는 대학은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 경희대 조선대 세종대 등이고, 한서대 김천대 부산가톨릭대 동의대 가야대 연세대(원주) 을지대 극동대 전주대 청주대 대원대 마산대 서남대 건양대 강원대 등 50여개 대학이 방사선학과 그리고 10여개 대학이 원자력 연계 학과를 운영하는 등 60여개 대학이 원자력 및 원자력 관련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경우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을지 몰라도 10년 정도 지나면 이 분야에 전문인력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은 선진국 경험에서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전통 원자력학과는 인원을 줄이더라도 명맥을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원자력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관련 학과는 학과명을 바꾸거나 축소 폐지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의 유럽형 경수로(EPR)와 미국의 AP1000 건설 사업이 몇 년 씩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건설을 중단한 데 따른 경험과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탈원전은 전원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붕괴는 물론 국가의 인력 구조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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