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 투데이)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일본 석유화학업계가 일시적인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곧 호시절이 사라질 것이라며 대비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에서 올가을부터 비교적 값이 싼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공장이 속속 가동되기 때문이다.
일본 석유화학업체들은 과잉 국내설비를 5년간 10% 줄이면서도 호황을 누렸다. 일본 밖의 외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각종 난제에 시달린 데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호황은 앞으로 반년으로 끝나면서 진짜 실력 경쟁이 예상된다.
일본화학공업협회 이시토비 오사무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시황이나 환율 등 제반여건이 좋아 "업계로서 높은 수준의 실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2016년도를 회상했다.
실제로 2016회계연도는 미쓰이화학, 도소(TOSOH), 아사히카세이 등이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냈다. 그런데 지금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시황이 역풍을 맞는 X데이를 얘기하고 있다. 올가을이다.
우선 미국 다우케미컬이 오는 9월 셰일가스에서 생산하는 저렴한 에탄으로 화학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제조하는 설비를 텍사스주에서 가동한다. 연 150만t 능력으로 일본 전체의 4분의 1 정도다.
엑손모빌 등 총 7개 공장이 2017∼20년 미국과 대만, 남아공 등에서 신규 가동돼 연 800만톤 이상 증산된다. 이시토비 회장은 미국 셰일 진영 석유화학업체들이 시장에 속속 가세한다며 경계했다.
조사전문회사 IHS글로벌 요네야마 마사히로 시니어 디렉터는 일본 에틸렌 설비의 가동률은 현재 96∼97%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과잉이 진행해 2018∼19년에는 90%를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짐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엑손모빌계 화학회사 닐 채프맨 사장은 19일 삿포로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멕시코만의 폴리에틸렌 설비에 대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수출한다"고 말해 일본업계를 긴장시켰다.
일본 석유화학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스미토모화학은 에이메현 공장에서 에틸렌 설비 대신 닭의 성장을 촉진하는 아미노산 ‘메티오닌’ 새 설비를 500억엔(한화 5054억 6500만 원)을 투자해 짓고 있다.
다른 기업도 유사하다. 미쓰이화학이나 도소는 최근 폴리프로필렌 등 범용품에 대한 재투자를 확정했다. 단순한 증산이 아니고 생산 효율을 높여서 미국 기업 공세에 대항하는 목적이다.
이시토비 회장은 "회사별로도 사업구조 전환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고 미진함을 지적했다. 실제 스미토모화학은 시황 호전을 이유로 합성섬유 원료사업 구조조정을 미루었다.
일본 석유화학 업계 전체를 봐도 일시적 호황 덕에 절실한 사업 재편은 줄어들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시적으로 좋은 실적 때문에 긴장감이 느슨해졌는데 X데이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