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 방향.(자료=금융위원회) |
[에너지경제신문 이주협 기자] 오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보험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 기준은 보험사들의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금리를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게 돼 과거 높은 고정금리로 저축성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의 부채는 현재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원은 새 국제회계기준서를 확정발표하고 오는 2021년 1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이 도입되면 종전에 보험부채를 처음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했던 것에서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 금리(시가)로 평가해 부채로 잡아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채가 늘어남과 동시에 보험금 청구가 한번에 진행될 경우 지급여력비율(RBC)이 줄어들게 돼 영업환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보험사의 수입보험료 전체를 매출로 인식하고 있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그해에 제공된 보험서비스와 관련된 보험료만 영업수익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 입장에서는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후순위채나 시종자본증권 등 자본확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자본금을 확충하지 못하면 RBC비율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채우지 못한 보험사들은 현재 자본확충에 혈안이다.
특히 보험성을 고려한 상품 판매로 인해 보험사가 수익성이 높은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게 돼 단기적으로 보험료가 올라 금융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져올 수도 있다.
소위 생명보험 빅3로 불리는 삼성·한화·교보생명도 자본확충을 실시하거나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삼성생명은 자본확충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기준서가 나오지 않아 필요한 자본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13일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공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건 보험업계 최초다.
교보생명도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 증권으로,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IFRS17에서 자본으로 100% 인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 중소형 보험사들도 자본 늘리기에 나섰다. 최근 RBC 비율 하락으로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 제한조치 등을 받기도 하고 저축성 보험상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흥국생명의 경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자본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과 관련해 "저축성을 줄이고 보장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고, 추가 자본 확충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IFRS17의 도입은 보험사들이 계약자로부터 받는 보험료 전액을 회계상 매출로 잡고 있는 것을 지양하고 수익만을 매출로 잡도록 하고 있어서 보험사들의 외형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3월부터 IFRS17 도입 관련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제도 변경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책임준비금을 적립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료가 오르게 돼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은 "새 회계기준의 취지가 보험사들이 위험성을 고려해 상품을 판매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보험료가 올라 금융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은 좋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