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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주년 창간기획] 은행·카드 ‘빅데이터’, 보험은 인슈테크 열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5 14:21

▲은행권, 보험업계, 2금융권, 카드업계 등 전 금융권은 조직 신설이나 개편,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4차산업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 핀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대두되면서 은행권의 로보어드바이저(로봇+조언가) 등 신상장동력 찾기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수익성 감소에 빠진 은행권이 금융과 새로운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 수익원을 찾고 고객 편의성을 높여 잠재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역시 인슈테크(보험+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카드업계는 보유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맞춤형 상품이나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제2금융권은 인력과 자본의 한계로 인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제3회 국제금융협력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혁명"이라며 "금융혁신의 성공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지원하고 금융소비자의 생활을 윤택하게 바꾸는 데 달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은행권, 보험업계, 2금융권, 카드업계 등 전 금융권은 조직 신설이나 개편,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4차산업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 은행권, 관련부서 신설 ‘안간힘’

▲금융권의 4차산업 기술 적용 현황. (자료=각 사)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종전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하고 데이터분석부를 신설했다. 데이터분석부는 고객가치분석부를 확대, 재편해 만든 조직으로 데이터를 통해 고객과 상품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주, 은행, 카드, 손해보험사까지 그룹차원에서 데이터 분석 조직을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마케팅본부내 빅데이터팀을 격상시켜 빅데이터센터로 재편했다. 이 센터는 고객의 정보를 중심으로 맞춤형 관련 상품 등을 출시하기 위해 분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 기술을 이용해 개인별로 거래 습관을 분석하고 개별 마케팅 활동의 성과를 측정하는 리테일고객 주거래지수 모형을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거리를 넘어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반기 내 빅데이터 상황실을 만들어 정보를 시각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빅데이터 부서를 신설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무를 전담하고 개인 부도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리스크총괄부의 주도하에 빅데이터 기술 기반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IBK기업은행도 빅데이터 기술을 리스크관리와 마케팅에 활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유사하게 고객의 부도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고객의 금융상품 가입 성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어 NH농협은행 역시 빅데이터 기반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중은행들은 로봇이 투자 조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이는 저금리, 저수익 구조에 새 수익원을 창출하고 안정성과 전문성을 강화시켜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투자자문 서비스로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가의 뜻을 가진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성향 정보를 자료로 자산운용을 자문하고 투자처를 추천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자문·투자일임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공포한 바 있다. 이 두 규정에 따르면 투자자 성향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성, 해킹방지·재해 대비 등에 대한 체계 구축, 유지 및 보수 전문인력 확보, 자산운용 상담사를 대신할 안정성 등을 검사하는 테스트베드를 거친 로보어드바이저는 대고객 투자자문과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먼저 NH농협은행은 최근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인 ‘NH로보-프로(pro)’가 운용심사를 통과했다. 이 로보어드바이저는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은퇴설계 기능을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공학 분석기법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준다.

설계 방법은 자산설계(로보에셋-프로)와 은퇴설계(로보펜션-프로)로 구분돼 자산설계를 목표수익률 설정시 자산배분안과 추천상품을 설계하고 투자성향과 위험선호도에 따라 적합한 유형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은퇴설계의 경우 현재 연령, 입사 연령, 소득 수준 등 정보와 부동산, 부채, 기타 금융자산 등을 입력하면 퇴직 시점부터 예상 사망 연령까지 수입과 지출 금액을 추정해 노후자산이 부족해지는 예상 시기와 규모를 산출해준다. 지난 6개월의 테스트기간 동안 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해 준 적극형 수익률은 4.17%로 은행권 1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퇴직연금 업계 최초의 로보어드바이저로 연금설게 시물레이션 결과를 퇴직연금 재산 배분에 연동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라며 "알고리즘의 추가 고도화를 통해 향후 비대면 서비스 적용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디셈버앤컴퍼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한 ‘신한 엠폴리오(M-Folio)’가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다. 이 서비스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가입금액을 10만원으로 낮춰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일반 대중 고객들에게도 제공하기 위해 출시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로 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신한은행 투자 전문가 그룹에서 제안한 전문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16만5000명의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직접 설계했고 이중 2만2000명이 금융상품을 새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특히 신한은행 전체의 모바일 펀드가입 고객 중 50%가 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조언을 받기도 했다.

또 우리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파운트와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베타서비스를 시행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 스마트뱅킹, 영업점, 위비플랫폼 등 은행의 전 영업채널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추천 펀드 가입이 가능하도록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KB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 역시 로보어드바이저를 탑재한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적용에 나선 데는 관련 법 개정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서비스가 허용돼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수수료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문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고 방대하고 객관적인 투자정보를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공해 새로운 고객군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보험업계, 인슈테크 도입으로 편리성 ‘강화’

금융권이 4차 산업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도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한 ‘인슈테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슈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확대한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보험산업의 핀테크를 의미한다.

이에 동부화재와 라이나생명은 각각 생명과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상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 채팅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보험금 청구방법, 구비서류 안내, 상품안내 등에 대해 자동으로 답변이 되는 방식이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챗봇 등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불완전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인 설명을 반드시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한 설명과 고객의 동의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는 구조다.

또 삼성패스(삼성전자의 바이오인증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생체인증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간 모바일 앱(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이용시 공인인증 또는 휴대폰인증을 통해 본인확인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지적돼 업계는 생체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에 적용되는 공인인증서, 휴대폰 등의 방식 대신 사전에 등록된 지문이나 홍채 정보를 이용, 본인 확인하는 방식을 적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는 업계 최초로 자사 모바일 앱에 ‘지문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간단한 지문인증 만으로 계약 조회, 증명서 발급, 보험금 청구까지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어 KB손해보험도 모바일 앱에 홍채, 지문을 활용한 생체기반 인증 방식을 도입해 고객 편의성 제고는 물론 보안성도 강화했다. 현대해상의 경우에는 올해 상반기 중 생체인증 서비스 도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손보업계의 생체인증 서비스 도입으로 공인인증이 없이도 본인확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모바일 다이렉트 보험 이용의 편의성이 증가됐다.


◇ 저축은행 업계, 인력·자본난에 ‘난항’

하지만 이러한 금융권의 시대적 바람에도 저축은행 업계는 울상이다.

활성화되고 있는 비대면 거래에 부응해 비대면 플랫폼과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관계형 금융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또 기술을 도입할 만한 인력과 자본이 부족해 밀착형 금융이라는 은행의 역할이 축소되면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중인 비대면 계좌 앱 ‘SB톡톡’은 최근 총 수신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앱은 45개 저축은행의 176개 상품을 제공해 저축은행 업계의 대표적인 핀테크 접목 상품이다. 그러나 중·소형 저축은행에는 여전히 고객들이 비대면 거래보다는 직접 영업점을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역시 지난 2014년말 240개였던 지점을 지난해 말에는 245개로 늘리고 일부 저축은행은 영업시간을 야간까지 늘리고 있다.


◇ 카드업계, 보유한 빅데이터가 ‘무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내세우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카드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신용 판매 수익을 카드론 확대로 만회했지만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운영실태 점검과 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 속에 고민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내놓은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IT업체들이 대거 간편결제 시장에 입성하면서 업권간 경쟁 구도가 심화된 악조건 속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추세다.

카드업계는 장기간의 고객 결제정보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통한다. 고객 취향과 동선은 물론 소비 분석을 통해 트랜드를 분석할 수 있어 고객 맞춤형 혜택이나 상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가 출시한 ‘KB국민 청춘대로 일코노미 카드’ 역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이고 신한카드 등 대부분 카드사들도 빅데이터 연구소를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또 빅데이터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는 인공지능 역시 카드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신한카드는 인공지능 소비 관리서비스인 ‘판(FAN)페이봇’을 정식 오픈하고 고객의 카드 사용 내역 관리는 물론 항목별 예산을 설정하면 예산 대비 지출의 정도를 매일 확인할 수 있다.

카드업계 최초로 지난해 인공지능 부서인 ‘알고리즘 디자인랩’을 마련한 현대카드는 전문인력 확충을 통한 차별화된 빅데이터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드업계는 이러한 핀테크 기술들이 자리를 잡으면 보안성 강화는 물론 업권 내 수익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비용절감 등의 장점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의 실적이 주춤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의 기술의 발전은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높은 보안성과 기술, 정보력을 확보할 수 있어 장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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