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통할까요? 대형사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몇년간 신입사원을 뽑은 적이 없어요. 중소형 증권사들은 지점을 폐쇄하면서 경력직들도 몸을 사리고 있잖아요. 초대형 IB 경쟁이 심화될 수록 증권가 인력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죠."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 관련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맞춰 IBK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무기계약직 직원 각각 3000여명, 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유통계열사 5000명을 비롯해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을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각 기업들이 새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정부 정책 코드 맞추기는커녕 오히려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등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새 주인 찾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추가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증권사 임직원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2934명으로 2012년 3월 말(4만3820명) 대비 1만여명 감소했다.
경력직들마저 언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신입사원 공채를 활발하게 진행할리 없다. 실제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올해 신입사원 공채 규모를 확정짓지 못했다. 공채를 진행하는 증권사들은 하반기 소수의 규모로만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올 하반기 초대형 IB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경력직을 중심으로 인력 이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4조원 이상 증권사들이 영위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무, IMA(종합투자계좌) 등은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신입사원들보다는 해당 분야에 노련한 경력자들이 절실하다.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으면서 이직을 하는 일이 많아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도 타 업권 대비 높은 편이다. 해당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전문가일수록 각 증권사에서 높은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뜨거운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을 단순히 ‘연봉’으로만 판단하며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 캠페인 광고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를 위해 인재를 중요시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증권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제시하고 증권사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증권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지 않고 인재 육성에만 집중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