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투자개발형 사업, 적극 동참할 것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사진=민원기 기자) |
[대담=김덕조 부동산 부장, 기사 작성=신보훈 기자] 금리가 인상되고, SOC 등 건설관련 예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정부가 출범했다. 건설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느냐 아니면 침체의 길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서울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건설업계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정부기관, 국회, 언론을 만나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유 회장은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고 있었다.
현재 건설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낙찰율이다. 공사원가 산정단계에서 표준시장단가가 과거 실적공사비 제도 운영 10년(2004년~2014년)간 36% 하락했던 시기에서 회복되지 못해 표준품셈 대비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공원가 조차 보전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SOC 예산이 적어지고, 정부의 공공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낙찰률이 너무 낮아서 이윤이 남지 않는다. 공사를 해봐야 남지 않으니 공공발주 물량을 수주하는 것을 반가워해야 하나 반기지 말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공공발주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새정부의 자리가 잡히면 공청회도 진행하고, 법제화를 위한 노력도 할 계획이다."
낙찰율 개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유 회장은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또한 대부분의 회원사가 중소 건설업체인 만큼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의 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윤이 나지 않는 사업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100원에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데 85원 밖에 받지 못한다면 하도급 업체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윤이 얼마 남지 않다 보니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가 공공물량을 공동도급 하더라도 손실이 나면 대기업은 중소업체에게 손실분을 청구하고는 한다. 공동도급 자체는 중소업체를 배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윤이 남지 않는 사업은 오히려 갈등의 요소가 된다. 건설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건설산업 경쟁력 기반을 붕괴시키고, 시설물의 품질과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 적정공사비를 통한 양질의 공공공사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1만100여 개 회원사 중 95%는 중소기업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 집무실에서 유주현 회장(왼쪽)이 김덕조 부동산 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민원기 기자) |
유주현 회장은 종합건설업체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회원사만 해도 98% 이상이 중소 업체들인데, 종합건설업체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어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는 것이다.
"전문건설업체들의 공동도급이나 기계설비업체들에게 적용되는 분리발주 등 전문업체들을 위한 제도는 많이 있다. 하지만 종합건설업체에는 혜택이 없다. 건설산업연구원 통계를 보면 보통 160위 까지를 중견·대형건설사로 본다. 협회만 해도 1만100여 개의 회원사가 있는데, 전체 98% 이상이 중소건설업체다. 정부의 정책 당국자들이 전문업체는 중소업체로 보고, 종합건설은 대형업체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언발란스가 생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10조원을 투자해 소규모 도시정비 사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대단지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이 아닌 소규모 재생사업은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주현 회장은 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 건설사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간 10조원의 예산이 약 500군데의 지역에 투자된다. 도시 재생을 하는 것인데, 리모델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달동네에 페인팅을 통해 예쁜 마을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겠나 싶다. 이 정책은 중소 건설사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중소 종합건설회사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주면 좋겠다."
◇ 남해안 모래채취, 금리 인상은 최대 리스크 요인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사진=민원기 기자) |
협회장으로서 처리해야 할 건설업계의 민원은 상당했다. 남해안 모래채취 문제에서부터 금리인상까지 모두가 업계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지난 달에는 건설 9개 단체와 소속 회원사 공동으로 정부, 국회, 지자체 등 13개 기관에 남해안 모래채취 관련 탄원서를 제출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공급되는 모래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남해 EEZ의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고, 2월 28일 허가된 물량 650만㎥ 마저도 해수부의 까다로운 협의조건으로 채취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동남권 모래가격이 폭등하고, 건설업체가 레미콘을 구하지 못하는 등 수급불안으로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조속히 모래 채취를 재개함과 동시에 제3의 연구기관을 통해서 바닷모래 채취가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체 골재원 마련 대책을 구상해야 한다."
"금리 인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금리 상승 우려로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새정부 들어 주택·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 정부에서는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주택·부동산 시장이 연착륙 될 수 있도록 지나친 시장개입보다는 과감한 규제개선을 통해 주거복지 향상과 주택·건설 산업 발전이 함께 달성 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여 주길 기대하고 있다.
◇ 새정부 일자리 창출, 건설업계 역할 있을 것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업계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구성되는 일자리위원회에 참여기회가 주어져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담아 건설분야에서 서민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 또한 모색해야 한다. 다만, 건설업계에서 일자리가 나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이윤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결국 귀결되는 이야기이지만, 낙찰률이 개선돼 건설사의 이윤이 남아야 대형·중소 건설사의 상생이 가능하고, 건설사들이 투자와 재투자를 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주현 회장은 건설협회의 수장으로서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정체되는 것이 아닌 미래형·확장형 업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신규공사 위주로 건설시장이 성장해 왔으나, 앞으로는 기존 시설물의 노후화에 따른 성능개선 분야의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협회 차원에서도 노후 시설물에 대한 AI기반 점검관리시스템 구축 및 생활밀착형 시설물 발굴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해외건설시장에 우리나라 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개발형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중소건설업체를 위한 해외진출 지원사업도 추진토록 하겠다."
[프로필]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1954년생. 한양대학교 법정대학 정치외교과. 대한건설협회 27대 회장. 신한건설 대표이사.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18ㆍ19대 회장. 건설공제조합 대의원. 제14대 중소건설업 육성 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