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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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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파리협정 어쩌나…‘돈문제 가장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31 16: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중 파리기후협정 잔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각국이 ‘미국 없는 기후변화 대응책’을 숙고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중 파리기후협정 잔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없는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파리기후협정 찬성론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가 ‘도미노 탈퇴’를 선언하거나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협정 조인 주요국 중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다른 147개 조인국과 달리 협정을 공식적으로 비준하지 않았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걱정이 크다.

세계 최고 부자 국가인 미국이 협정을 탈퇴할 경우 협정 참여 여부를 재고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 국가가 대다수다.

미국, 중국과 함께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인도는 협정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탈퇴가 협정의 골간을 앞으로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캔버라 호주 국립대의 루크 켐프 교수는 "미국이 협정에 남아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환경 정책을 뒤집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미국이 유엔의 전원 합의 시스템을 이용, 2018년 말까지 결정돼야 하는 파리협정 규정에 관한 중요 결정이 (기존 노선에서) 이탈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할 경우 2001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거부했을 당시보다 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기후 담당관이었던 폴 플레드소는 "교토의정서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누리던 국가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이 사실상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각국 정상들이 미국이 떠나면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의 협정 탈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돈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채널이 될 수 있도록 수십억 달러의 녹색 기후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여기에 미국이 30억 달러(한화 3조 3555억 원)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10억 달러를 이행했는데, 이는 파리협정에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미국은 독일 본에 있는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의 2년 예산의 약 20%인 2000만 달러(223억 7000만 원)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협정 탈퇴시 파리협정의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진다.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섭씨 1도 가량 상승했고, 미국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국의 협조 없이는 해수면 상승, 빙산 융해 가속화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 위험이 커져 파리협정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감행하면 다른 국가들이 그 공간을 매울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만약에 한 국가가 이탈하면 다른 국가가 그 공간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면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염 문제가 심각한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메시지는 간단하다. 열차가 기차역을 출발했다. 기차에 탑승하거나 아니면 혼자 남아 있을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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