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이른 폭염과 함께 여름 극장가도 벌써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 대작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들도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통상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여름 시장은 극장가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7∼8월 두 달간 5618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연간 관객 2억1700만명 가운데 4분의 1이 이 시기에 몰린 것이다.
올여름 배급사별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CJ엔터테인먼트는 이달 28일 ‘리얼’을 선보이는 데 이어 7월 하순에는 ‘군함도’를 출격시킨다.
순제작비 115억원이 투입된 ‘리얼’(이사랑 감독)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는 등 제작에 난항을 겪었지만, 김수현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다.
특히 파격적인 노출신 등으로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리얼’은 같은 날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박열’(배급 메가박스 플러스엠)과 맞붙는다. ‘박열’은 간토(관동)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법정 투쟁에 나섰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의 실화를 그린 작품.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을 연출한 ‘시대극의 장인’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CJ의 야심작 ‘군함도’는 순제작비 22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최소 700만명 이상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
이 때문에 CJ는 ‘군함도’ 흥행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제작보고회를 연 데 이어 이달 26일 3000석 규모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하는 초대형 쇼케이스를 여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개봉일은 7월 셋째 주 혹은 넷째 주로 잡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는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로 올여름 시장을 공략한다.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80년대 시대상을 재현하느라 총 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됐다.
8월 개봉에 앞서 이 영화에서 독일 언론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은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 뉴(NEW)는 이달 29일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8월 중순에는 ‘장산범’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CJ·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가 개봉을 거부함에 따라 전국의 소극장에서만 개봉한다. 그러나 19일 오전 현재 예매 점유율 12.0%, 예매관객수 9천274명으로 예매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기세가 만만치 않다.
‘장산범’은 스릴러 ‘숨바꼭질’(2013)로 560만명을 동원한 허정 감독의 신작이다. 목소리를 흉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장화, 홍련’의 염정아가 주연을 맡았다. 올여름 극장가를 찾는 유일한 공포·스릴러물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8월 중순 ‘청년경찰’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박서준·강하늘 주연의 이 영화는 두 경찰대생이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수사 액션물. 다른 대작들에 비해 무게감은 밀리는 편이지만, 최근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청춘영화인 데다, 박서준이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인기를 얻고 있어 흥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영화들이 강세를 보여온 여름 시장에 할리우드 대작들도 줄줄이 도전장을 내민다.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가 오는 21일 개봉하는 데 이어 다음 달 5일에는 ‘스파이더맨:홈 커밍’이 극장가를 찾는다. 스파이더맨을 맡은 배우 톰 홀랜드와 감독 존 왓츠는 개봉에 앞서 내한해 한국팬을 만난다.
다음 달 20일 간판을 내거는 ‘덩케르크’는 ‘군함도’에 대적할 영화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나이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대작영화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여름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100억 원대 이상 들어간 한국 대작영화들이 개봉부터 경쟁작 상영 전까지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놓고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름 성수기 극장의 스크린 독과점 상황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