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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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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통시장에 청년 창업까지?...구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27 14:17
이마트 노브랜드 구미 상생스토어 외관

▲27일 오픈한 이마트의 노브랜드 구미 상생스토어.(사진제공=이마트)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이혜미 기자] "어린이 놀이터도 있고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근처에 이런 곳이 없어서 종종 올 것 같습니다."

24년간 버려졌던 전통시장 내 한 구역에 이마트의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가 입점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27일 낮 12시경 찾은 선산봉황시장(경상북도 구미시 위치)은 청년상인들로 주축이 된 ‘청년몰’과 함께 이마트의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가 오픈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듯 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지난해 8월, 충남 당진전통시장에 이어 두 번째다. 당진전통시장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의 2자 협업의 형태였다면, 이번에 오픈하는 구미에서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삼각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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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동 2층에서 내려다 본 선산봉황시장의 모습.(사진=이혜미기자)


사실 조선시대 5일장으로 시작된 선산봉황시장은 지난 1993년 지금과 같은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이후 1층에 106개의 점포가 상시 운영되는 경북의 유서 깊은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밖 공터에 경북 최대 규모의 5일장이 서는 날을 제외하곤 영업이 어려운 날이 많아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날 공개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청년창업간의 상생모델은 선산시장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청년상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선산시장 500평(1652㎡) 규모의 A동 2층이 24년 간 공실로 방치되자 이 청년 상인은 시장 상인회를 설득, 이마트에 직접 ‘상생협업’을 요청해 이번에 그 결실을 맺었다.

선산봉황시장 A동 2층, 1650㎡(약 500평)중 420㎡(약 125평)에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들어서고, 그 바로 옆에는 17명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250평 규모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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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동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전경.(사진=이혜미기자)


전통시장 특유의 볼거리를 뒤로한 채 A동 2층으로 올라서자 24년간 비어있던 곳이라고는 잘 상상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청년 몰이었다. 아직 완전히 입점하진 않았지만, 장식품이나 옷,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카페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이마트는 자칫 시장을 찾아온 이들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매장만 보고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년몰을 거쳐야만 갈 수 있도록 길목을 설계했다.

정효경 선산봉황시장 청년몰 사업단장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 예상보다 오픈이 빨라졌다"며 "지역 특성으로 이곳까지 손님들이 오기 힘든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을 통한 상생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 시간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매출 역시 기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몰 옆에는 이마트가 설계한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시설’ 등이 보였다. 젊은 고객의 방문을 늘려 체류시간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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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픈한 노브랜드 구미 상생스토어 내 어린이 놀이터.(사진=이혜미 기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노브랜드 특유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대형마트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선식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선산봉황시장의 영업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전통시장 상인회가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산물 판매를 요청해와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만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트 노브랜드 구미상생스토어 내부

▲이마트 노브랜드 구미상생스토어 내부.(사진제공=이마트)


일반적으로 대형마트로 인해 전통시장이 피해를 본다는 시각 때문에 양쪽은 대립구조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란 이질적인 두 유통 채널이 협력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생 실험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오픈 첫 날이라는 효과도 있었겠지만 이날 선산시장 2층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을 볼 수 있었다. 한 손에는 부채를, 한 손에는 생수 묶음을 손에 든 채 지나가는 60대 남성,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구경을 온 것 같은 10대 손녀. 갓난아이를 등에 엎고 장을 보고 있는 30대 여성 등이 2층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매장에서 장을 보고 있던 한 60대 여성은 "매장이 정말 고급스럽다"면서 "근처에도 마트가 있긴 한데 종종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갓난아이와 함께 온 30대 여성은 "근처에 이런 곳이 없어서 자주 올 것 같다"며 "특히 놀이방이 있어 아이와 함께 와도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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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구미 상생스토어 내 입점한 한 창업매장 전경.(사진=이혜미기자)


다만 향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찾는 고객들이 전통시장과 창업몰까지 이용하는 연계율이 어떻게 변화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생스토어 매장을 구경하고 있는 한 50대 여성은 "(창업몰)입점이 아직 제대로 이뤄진 것 같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이마트 노브랜드가 들어섰다 해서 왔다"고 말하며 발길을 서둘렀다.

향후 이마트는 상생스토어가 발행하는 전단에 청년몰 콘텐츠도 함께 담는 등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은품 증정 행사에는 이마트가 모든 사은품 비용을 부담하고 청년몰·선산시장·상생스토어 구매금액을 모두 합산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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