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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유가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금융 요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25 04:20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석유시장의 ‘금융화’ 이슈는 2000년대 중·후반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등락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석유시장의 금융화란 헤지펀드나 투자은행 등의 원유 선물거래에 대한 참여 확대로 유가 결정에서 금융 요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금융화의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전자거래의 활성화와 함께 유가와 연계된 다양한 투자 상품의 개발이 있었다. 물론 유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전히 수요와 공급, 즉 펀더멘탈이다. 금융 요인을 제외하면 석유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은 대개 수급 요인으로 귀착된다.

세계 경제 상황은 석유수요의 증감으로 이어져 유가에 영향을 준다. 산유국의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은 실제 군사적 충돌이나 외교적 마찰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때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해진다.

카르텔인 OPEC(석유수출국기구)도 산유국 인사들의 그럴듯한 발언보다는 실제 감산 합의를 통해 공급량을 줄여야 효과가 있다.

이와는 달리 금융 요인은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시장분위기를 바꾸면서 단기적으로 유가 등락에 영향을 미친다. 원유 선물계약 건수가 늘어나면서 금융 요인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에너지정보업체인 EI에 따르면, 양대 선물거래소인 NYMEX(뉴욕상업거래소)와 ICE(대륙간거래소)의 원유선물에 대한 미결제약정 규모가 지난 5년간 44% 증가해 64억 배럴에 이르렀다. 하루 세계 원유생산량의 65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올해 상반기의 유가 변동에서도 수급 요인과 더불어 금융 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배럴당 43달러에서 올해 2월에 54달러로 상승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두바이유 가격은 6월에 46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유가 상승은 OPEC이 11월 30일 열린 총회에서 감산에 합의하고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키로 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이후 6월까지의 유가 하락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유가 상승으로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전과 정정 불안으로 인한 공급 차질을 이유로 감산이 면제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생산이 5월과 6월에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OPEC은 올해 1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의 감산에 들어가 거의 100%에 달하는 전례 없는 높은 감산 준수율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생산이 증가하고,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양국의 생산도 증가하면서 OPEC의 감산 효과를 대부분 상쇄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요인들만으로는 2월의 유가 상승과 6월의 유가 하락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7월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과 감산 면제국의 생산 증가가 있었지만 세계 석유수급 밸런스는 1분기의 공급 초과에서 2분기에 수요 초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즉, 1분기에는 공급 과잉 물량이 하루 20만 배럴이었으나 2분기에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요가 공급보다 하루 70만 배럴 많았다.

한편, 원유 선물시장의 투기성 자금은 지난해 연말부터 급속히 유입돼 2월 중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가 대거 유출됐다. 6월 말 NYMEX 원유선물에 대한 투기성 자금의 순매수 규모는 2월의 최고치에 비해 무려 41% 감소했다.

투기성 자금이 산유국들의 감산을 소재로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들어와 차익을 실현했거나 혹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다시 빠져나간 것이다. 이런 투기성 자금의 유·출입은 2월과 6월의 가격 변동을 과도하게 만든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는 장기적인 가격변동성이 큰 상품이다. 이는 석유의 수요와 공급이 가격 변화에 탄력적으로 조정되기 어려운 특성에 기인한다.

여기에 더해 금융 요인이 단기 가격변동성마저 확대시키고 있다. 석유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의 장단기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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