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반대하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민준기자)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국내 에너지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서로의 이권에 따라 둘로 갈라져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가스공사, 한국발전산업,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 등은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 전환정책에 함께 하겠다"며 지지를 공식화한 반면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석탄발전 관계자들은 물론 원자력 전공학생들까지 나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저항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각오다.
신고리원전 5·6호기가 위치한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연일 ‘문재인 탄핵’ ‘원전 건설중단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들의 시위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울산 시민들의 여론은 이게 아닌데…"라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 둘로 쪼개진 에너지업계
▲한수원 노조원들이 경남 경주에 위치한 한수원 본사 건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민준기자) |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한국가스공사 노동조합과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한국발전산업 노동조합, 공공운수 한국가스공사지부, 공공운수노조 환경에너지안전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에너지정의행동, 사회공공연구원, 사회진보연대) 단체들이 모여 "탈석탄 및 탈원전, 청정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의 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년 동안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재벌기업들을 위한 구조개편, 민영화 일변도였다. 원전을 확대하고 민간 석탄 및 LNG발전을 확대하면서 재벌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몰아줬다"며 "앞으로 에너지 전환 비용은 수 십년간 특혜를 누리며 기후변화를 초래한 재벌과 대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열병합발전 관계자 역시 "친환경 신재생을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환영하며 "열병합발전은 간헐성이 있어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약점이 있다. 전기를 필요로 하는 수요지 인근에 열병합발전소를 다수 분산해 건설한다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일조할 수 있고 수급 불안정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국내 열병합발전소들은 전기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에만 전기를 제공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나몰라라’ 외면하는 정부 정책에 피해를 봤다"며 "앞으로 친환경적인 열병합발전이 제대로 평가받고 보상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한수원 노동조합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결정에 대해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탈원전 정책을 폈던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이 원전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원전 건설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며 "독일의 경우 원전 폐지를 결정하기까지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고민했다. 중대한 국가에너지 정책 결정을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것도 비전문가와 시민들에게 맡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강원도 삼척의 경동상덕광업소 관계자는 "석탄 사용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그동안 수백명의 동료 직원이 삶의 터전을 잃고 회사를 떠나갔다"며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또 얼마나 많은 동료를 떠나보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 주민들 사이 갈등도 증폭
▲(사진=연합) |
시민들 사이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국내 원전의 3분의 1 가량을 끼고 있는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연일 수백명이 폭염 속에서도 땀을 흘려가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반대집회 주민의 리더격인 이용진 남울주 원로회 회장은 "43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생활고를 겪은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지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살게 됐다. 그런데 건설을 중단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또 그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전 정부의 합법적인 고시로 진행됐다. 그런데 현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중단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을 했다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서생면 주민은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원전을 반대한다"며 "하지만 원전건설을 찬성하는 분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라 눈치가 보여 ‘원전반대’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서생면은 지금 원전 찬성과 반대 둘로 쪼개져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